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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근대사, 특히 일제 강점기를 다룬 책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그 시대를 만화로 형상화하여, 일반 대중들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이 책이 지닌 미덕은 충분하리라고 여겨진다. 저자는 일제 강점기 36년의 역사를 5년 단위로 나누어, 전체 7권으로 기획하고, 다양한 자료를 근거로 당대의 역사를 비교적 객관적인 시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동안 각 권의 내용을 위주로 리뷰를 한 차례 작성했지만, 전체를 아우르는 내용으로 정리하면서 내 자신의 생각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보고자 했다. 저자는 이 책을 그려내기 위해서 다양한 자료를 섭렵했는데, 그 중에서도 <친일인명사전>이 이 책을 기획할 수 있도록 했던 가장 중요한 사료였을 것이라고 여겨졌다.
시리즈 가운데 첫 번째인 1권은 ‘경술국치’로 국권을 상실한 1910년부터 1915년까지를 다루고 있으며, 부제는 ‘무단통치와 함께 시작된 저항’이라고 명명되었다. ‘러일전쟁’과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1905년 ‘을사늑약’을 거쳐 1910년의 ‘경술국치’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의 식민지화를 위해 거침없는 야욕을 드러내었던 시기이다. 그리고 일제 강점기에 접어들면서 총독부를 앞세운 일제의 탄압의 그 강도를 더해갔으며, 이완용을 비롯한 '을사오적'들을 중심으로 친일 매국노들이 일제에 부화뇌동하며 설치던 시기였다. ‘경술국치’ 이전에 활발했던 항일 투쟁은 조선총독부에 의한 무단통치가 시작되면서, 소강상태에 접어들 수밖에 없었고 이러한 상황에 좌절했던 많은 이들이 고국을 떠나 망명의 길에 접어들기도 했다.
'3.1혁명과 대한민국임시정부'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2권은, 1916년부터 1920년까지의 역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제 강점기 초기의 무단통치 하에서도 전국적으로 확산된 3.1운동의 전개 양상과 그 결과 조직된 상해 임시정부의 수립이 이 시기의 가장 핵심적인 사건이라고 하겠다. 앞부분에는 제1차 세계대전의 경과와 함께 전 세계의 상황을 소개하면서, 국내외에서 진행되었던 일제의 탄압과 이에 맞선 활동들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3.1혁명’의 영향으로 일제는 이른바 ‘문화정치’를 표방하면서 정책 변화를 시도했지만, 실상 억압적인 식민지 통치의 본질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특히 여기에서는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출범과 활동’을 중점적으로 소개하면서, 러시아에서 활동했던 항일 투쟁의 내용도 다뤄지고 있다.
1921년부터 1925년까지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3권에서, 저자는 이 시기를 '의열투쟁, 무장투쟁, 그리고 대중투쟁'이라는 부제로 정리하고 있다. 즉 ‘3.1혁명’의 영향이 지속되어, 국내외에서 일제에 적극적으로 투쟁하는 다양한 양상들을 소개하고 있다. 전국적인 투쟁에 고무되어 국내외에서의 독립투쟁이 활발하게 전개되었으며, 전 세계적으로도 러시아혁명의 성공으로 사회주의 사상이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던 시기였다. 일제 강점기 기간 중에서 상대적으로 항일에 대한 투쟁의 열기가 가장 뜨거웠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일제의 교묘한 탄압이 ‘밀정’을 양산하여, 그로 인해 적지 않은 항일 투사들이 잡혀서 투옥되거나 암살당하는 등의 고초를 겪었다는 것도 주지할 필요가 있다.
‘학생 대중아 궐기하자!’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4권은, 1926년부터 1930년까지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1926년 ‘광주학생운동’으로 촉발된 학생들의 항일 투쟁은, 그해에 있었던 순종의 장례를 기점으로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당시 사회주의 이념이 국내에도 전해지면서, 이의 영향으로 여러 갈래의 ‘조선공산당’ 운동이 전개되었다. 한편으로는 중국에서의 독립운동 조직들이 분열을 극복하고 ‘단일전선을 위하여’ 노력하면서 민족유일당 건설을 위해 나서기도 했지만 끝내 결실을 거두지 못하였다. 특히 이 시기 민중들의 항일 의식이 고취되면서, 노동자와 농민들을 포함한 ‘민중들의 투쟁’도 활발하게 전개되었던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29년 미국에서 시작된 대공황의 여파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당시 우리 민중들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해지게 되었다. 그에 비례해 일제의 탄압 강도가 점점 심해졌는데, 1931년부터 1935년까지의 상황이 5권에서 다뤄지고 있다. 저자는 이 시기를 설명하는 부제로 ‘만주침공과 새로운 무장투쟁’이라고 달아놓았다. 일제의 침략에 대한 야욕이 한반도를 넘어 동양 전반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괴뢰국인 만주국을 건국하여 뒤에서 조종하였으며, 한반도에서도 이른바 ‘내선일체’라는 구호를 내세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각성된 민중들의 항일 의식은 일제에 대한 저항 운동을 조직적으로 전개하기 시작했고, 극내외에서 ‘새로운 무장 투쟁’을 준비하여 적극적인 투쟁으로 나타났다.
‘결전의 날을 준비하라’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6권의 내용은 1936년부터 1940년까지의 역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제의 침략이 더욱 노골화되고, 그에 맞춰 전시동원 체제로 치닫게 되면서 탄압도 더욱 거세지고 있었다. 탄압이 거셀수록 그에 맞서 독립투사들의 항일 투쟁도 더욱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일각에서는 일제의 회유에 넘어가 친일파로의 변절을 꾀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고, 이들이 후에 반성 없이 해방 조국에서 미군정과 이승만 정원의 비호로 사회의 주류로 성장하였던 것이다. 일본이 독일의 나찌나 이탈리아의 파시스트들과 손을 잡고, 제2차 세계대전을 촉발시키는 단초를 보여주었던 분위기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밤이 길더니.. 먼동이 튼다’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7권은, 시리즈의 마지막 권으로써 1941년부터 1945년까지의 역사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일제의 억압과 탄압에 시달리던 긴 ‘밤’을 지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해방이라는 새로운 날의 ‘먼동’이 트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겠다. 일본을 위시한 제국주의자들이 촉발시켰던 제2차 세계대전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터지면서 종결이 되고, 한반도에도 어김없이 해방이 찾아왔다. 그러나 패전국인 일본 대신, 강대국들의 농간으로 한반도가 분단이 되어 여전히 분단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6권이 리뷰도서로 선정되어 미리 사 두었던 나머지 책들을 읽기 시작하여, 이제 시리즈의 마지막 권까지 내 손을 떠났다. 한국의 근대사, 특히 일제 강점기의 역사를 접하는 일은 언제나 감정적으로 편치 않다. 일제의 극악한 탄압의 실상을 물론 친일파들의 행태를 통해서 때로는 가슴속의 분노가 끓어오르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일산의 안위를 구하지 않고 항일 투쟁에 뛰어들었던 독립투사들의 행적을 통해서 역사에 대한 희망을 발견하기도 한다. 특히 ‘광복절’이 있는 8월을 맞이하여, 이 책을 읽음으로써 일제 강점기 우리 역사를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역사를 그저 흘러가버린 과거로 여기지 않고, 그것을 통해 오늘의 그릇된 현실을 음미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즉 오늘의 상황을 올바로 인식하기 위해서, 과거의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던 시간이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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