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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개념과 인물로 만나는 동양철학'이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주요 사상가들을 중심으로 그들이 제기한 사상의 핵심 개념을 위주로 설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실상 동양철학은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 사상'을 예로 들 수 있듯이, 그 시작은 대단히 다기한 분야에서 출발했다고 할 수 있다. 수많은 사상가(제자)와 그들의 다양한 사상(백가)을 뜻하는 ‘제자백가(諸子百家)’라는 용어가 그것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시대가 흐르고 권력이 어느 정도 안정적인 기반을 갖추게 되면서, 특정 이념 즉 주로 불교 혹은 유가의 이념이 주류 사상을 형성하는 모습이 발현되게 된다. 간혹 그러한 주류 사상에서 조금은 결이 다른 이론들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그 역시 주류 사상의 한 분파로서 비교의 대상으로 차이점과 동질성을 논하는 것에 그치고 마는 경향이 있다.
주요 인물을 통해 '동양철학'의 개념을 설명하고 있는 이 책의 목차에서도 그러한 문제가 그대로 노정되고 있다고 이해된다. 목차 가운데 '동양철학의 스승들'이라는 제목의 1부에서는 동양 사상의 주류인 이른바 '유불도' 사상을 정립한 인물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도가 사상의 대표 인물들인 노자와 장자, 불교를 창시한 석가모니, 그리고 유가의 비조라 일컫는 공자 등 모두 4명의 사상이 여기에서 소개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노자와 장자의 사상을 아울러 도가사상이라고 일컫고 있지만, 실제 그들이 펼쳐내는 내용들은 상당한 차이가 있기에 두 사람을 나란히 소개한 것이라 이해된다. 도가사상이 주류로 인정되지는 못했지만, 당대의 지식인들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이론으로 받아들여졌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2부에서는 '중국의 유교사상가들'만을 다루고 있는데, 이는 통일제국을 건설한 한나라 이래 유가 사상이 주류를 형성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여겨진다. 즉 중국 사상사에서 불교와 도가 사상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지만, 주류인 유가 사상에 밀려 주변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 이해된다. 그 가운데에서도 성선설과 성악설을 제시했던 맹자와 순자, 유가 사상을 정리하여 성리학을 완성시킨 주희, 그리고 극단적인 유심주의라고 평가되는 양명학의 왕수인 등의 사상과 주요 개념들이 다뤄지고 있다. 다양한 세력들이 할거하던 춘추전국시대에는 이른바 ‘제자백가’의 사상들이 저마다의 특징을 드러내면서 통용되었지만, 후대에는 역시 유가와 그에 영향을 받은 사상들만이 주류를 차지했음을 이러한 목차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3부와 4부는 모두 한국의 사상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그 제목은 각각 '한국의 유교사상가들'과 '한국의 불교사상가들'이다. 즉 중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고려 말 이전에는 불교 사상이 주류를 차지했고, 그 이후에 비로소 유가의 한 분파인 성리학이 통치이념으로 받아들여졌던 역사적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 이해된다. 중국의 경우와 같이 한국에서도 도가사상의 흐름은 비주류의 차원에서 머물고 주류 사상에는 접근하지 못했기에 역시 주요 인물들 가운데 도가사상을 펼친 이들이 제외되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한국의 유교사상가들'에서는 당연히 조선시대의 인물들에 초점이 맞춰지고, 이황과 조식을 비롯하여 이이와 정제두 그리고 정약용 등 5명의 사상과 핵심 개념들이 소개되고 있다. 이 가운데에서 양명학을 받아들였던 정제두를 제외하면, 나머지 인물들은 모두 조선시대 주류 사상이었던 유가의 성리학자들이다. 마지막 4부의 '한국의 불교사상가들'에서는 신라시대의 고승인 원효와 고려시대의 선사 지눌, 그리고 조선시대의 휴정 등 3인의 사상과 그 핵심 개념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인물들이 중국과 한국 철학에서 주요 인물들로 거론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의 사상만으로 한국철학의 흐름을 모두 포괄할 수는 없다는 것도 당연하다고 하겠다. 아마도 저자들은 동양철학의 초심자들에게 이들의 사상과 핵심 개념들을 통해서, 그 대체적인 내용을 인지시킬 수 있다고 여겼을 것이다. 이 책에서 다뤄지고 있는 인물들의 사상과 핵심 개념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지만, 동양철학의 흐름을 온전히 파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 책에 소개된 사상가들의 진면모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주장한 핵심 개념을 통해 접근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보다 깊이 있는 이해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심도 있는 연구서의 도움을 받는 것이 요구된다. 기본적으로 주요 사상가들의 사상을 요약적이고 개략적으로 접할 수 있었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조망하는 내용이 보완되었다면 더 좋은 기획이 되었을 것이라고 여겨졌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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