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옥상에서 토마토를 길렀습니다. 열매가 나는 식물을 처음 기른 것이라 어설프기 짝이 없는 시간을 보냈지요. 한 번은 토마토가 영 기운이 없길래 무엇이 문제인가 사진을 여러장 찍어 김경환 목사님께 여쭤본 적이 있습니다. 목사님은 과습이 문제인 것 같고, 가지도 쳐줘야 할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속흙이 말라있을 때 물을 주어야 하고, 가지를 칠 때는 원줄기에서 나오는 가지를 빼놓고 정리를 하면 된다고 하셔서 말씀을 듣는 동안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옥상에 올라가 막상 토마토를 보니 목사님 하신 말씀이 무엇인지 하나도 모르겠더라고요.
그러니까 말라있다는 것이 이정도면 마른 것인가, 우리는 이것을 말랐다고 하기로 했는가, 말랐다란 무엇인가. 그러니까 원줄기에서 나온 가지란 무엇인가. 모든 가지는 원줄기에서부터 나오지 않았는가. 원줄기와 분리된 가지가 존재할 수 있는가. 아주 의문 투성이였습니다. 그래서 다음날 교회에 가서 “목사님, 토마토는 사먹는 게 좋겠습니다.” 라고 했더니만 그 전까지는 한 번도 보여주지 않으시던 한심하다는 눈빛을 보내시는데 그 눈빛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래도 어찌저찌 토마토가 잘 자랐습니다. 멍청한 농부였는데 하늘의 햇빛과 바람과 빗방울이 토마토를 잘 돌보았는지 손바닥만하게 잘 자라서 톡 하고 따 티셔츠에 대충 슥슥 닦아 먹기도 하고 몇 개는 토마토 에이드도 만들어 먹고 수확의 기쁨을 누렸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 다음은 토마토가 죽었습니다.
저는 토마토가 한해살이 식물인지 몰랐습니다. 싹이 트고, 잎과 줄기가 자라고,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는 것까지는 알고 있었는데 그 다음은 알지 못했습니다. 그 다음은 죽는 거였습니다. 왜 이 당연한 것을 몰랐을까요. 토마토가 당연한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파종예배를 준비하며 목사님께서 작년에 쓰신 설교문을 보았습니다. 목사님께서도 토마토와 비슷한 말을 전하셨더라고요. 땅에서는 삶과 죽음이 일상이라는 말씀이었습니다. 땅에서는 수시로 죽고 수시로 태어납니다. 수시로 돌아가고 수시로 소생합니다. 열매와 성장은 죽음 없이 가능하지 않습니다. 언제까지 성장하고 언제까지 열매를 맺을 수 없는 노릇입니다. 이것이 자연의 이치이고 땅의 신비인 것을 이전에는 토마토 이전에는 깨닫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이치와 신비가 매번 납득이 되는 것은. 때로는 무섭고 두렵고 그래서 피하고 싶습니다. 의지하던 선생님이 의식이 없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을 때, 토마토를 떠올릴 수는 없었습니다. 함께 웃고 떠들며 멍청한 소리를 밥 먹듯 나누던 친구가 병원에서 호흡기를 땠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을 때, 토마토를 떠올릴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사실 무서워도 두려워도 토마토를 떠올리지 않아도 생명에 다함은 피할 길 없다는 것을 저와 여러분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피할 길 없는 이 여정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할까요?
오늘 우리가 나누어 읽은 성서 말씀을 떠올려 봅시다. “내 계명은 이것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과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서로 사랑하라 말씀하셨습니다.
서로 사랑한다는 것은 어떤 노릇일까요? 여러분은 사랑을 아십니까?
오늘 설교를 준비하며 이런 책 저런 책을 들춰보아도 사랑이 무엇이다 말하는 것이 어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무리 유명하고 저명한 학자의 이름을 들어 사랑이 무엇인지 설명을 할래도 이거는 토마토 속흙이 말라있는지 젖어있는지 보다도 더 영 모르겠다 생각이 들더랍니다. 서로 사랑합시다! 하고 설교 말씀을 끝내야하는데 그래서 사랑을 하는 게 뭔지를 말하지 않으면 뭔가 이야기의 내용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사랑이 뭔지를 꼭 짚고 가야겠는데- 아니 사랑이 뭔지 모르겠으니 난감하지요.
그래서 집에 있는 짝꿍에게 “자기야 사랑이 뭐니?” 라고 물었는데요. 그가 이렇게 답했습니다. “뭐긴, 너랑 밥 해먹고 노는 게 사랑이지” 그의 말을 곱씹으니 “맞다, 그게 사랑이다.” 싶었습니다. 예수께서 우리와 제일 먼저 한 것도 밥을 먹는 일이고, 살을 부비며 사는 일, 노는 일이었습니다. 그게 사랑이었습니다.
우리가 텃밭에 모여 오늘 고추를 심고 가지를 심고 오이를 심고 토마토를 심습니다. 흙이 우리를 돕고, 물이 우리를 돕고, 해가 우리를 도와 열매를 맺을 겁니다. 우리는 감사한 마음으로 작물을 수확하고 이 작물을 나누고 또 함께 밥을 해먹고 함께 놀 것입니다. 그러면 예수께서 말씀하신대로 잘 살아가는 겁니다. 서로 사랑하는 겁니다.
사랑한다라는 말과 살아간다라는 말의 발음 비슷합니다. 그러니 한 번 더 말해봅니다. 서로 잘 사랑합시다. 우리 서로 잘 살아갑시다. 오늘의 이야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