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슬 생각: 선불을 건네는 이유! ◈
교회와 복합건물 공사가 한창인 요즘, 늦어도 아침 8시면 난 인부로 변신한다. 대학시절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공사판을 전전하던 기억과 겹쳐 건축주가 아니라 일당 없는 인부가 되고 만다.
일일이 손으로 뜯고 분해하는 작업이 쉽지 않다. 철거업체를 불러 처리하면 간단하겠지만, 재활용 부분과 세밀함, 게다가 예산 절약이 더해지니 편한 것만을 추구할 수 없다. 게다가 작업을 위해 이전의 물건들을 정리하는 일은 의외로 난감하다. 구석구석에서 쏟아져 나오는 물건들에서 진정한 소비도 배우게 되고, 폐기물로 처리하자니 아깝다는 생각에 함부로 버릴 수도 없다. 이때 등장한 것이 황대표의 ‘당근마켓’ 활용이었다.
사진을 찍어 사이트에 올리면 금방 반응이 온다. 그렇게 해서 책장, 책상, 사무집기, 판넬 등을 팔았고, 새 건물에 맞지 않는 난방기구도 활용성이 큰 곳으로 보냈다. 모두 오래전부터 사용한 것이라 서운함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씀에 순종하기로 했다.
진안 성수에서 글렘핑을 운영하는 사장님이 빗길을 뚫고 로터리식 난로를 가지러 오셨다. 첫 인상이 편안하다. 받은 명함으로 전주 이씨라는 동질성도 느끼고, 작은 인연이 큰 만남으로 이어갈 수 있지 않겠냐는 사장님의 말을 듣고는 더욱 그랬다.
장막 예배를 드리는 동안 추워할 교우를 염두에 둔 난로 하나를 제외하고 모두 중고 처분했다. 20년 된 것들부터 10년과 6~7년을 훌쩍 넘긴 것들이었지만, 우리를 따뜻하게 안아준 것들이기에 차에 실어주면서 머리를 쓱 만져주는 것으로 그동안의 감사를 전했다. 그런데 글렘핑 사장님이 하나 남은 난로마저 나중에 자신에게 팔라시며 난로값을 선불로 건네셨다.
중고 마켓 구매자가 건네는 선불이라...
필요 없어지면 꼭 전화를 드릴 것이고, 그때 돈을 주셔도 된다고 하니 돌아온 사장님의 답이 가슴을 더욱 훈훈하게 했다. “다른 곳도 아니고 교회고, 목사님이시잖아요...”
참 오랜만에 내가 목사라는 것과 내가 서 있는 곳이 교회라는 것을 느낀 순간이었다.
그래 맞다 교회와 목사!
난 장막 예배를 드리다 “어휴 목사님 더워요!”라는 말이 나오면 득달같이 성수의 글렘핑 사장님에게 전화를 할 것이다. “사장님! 난로 가져가세요~”
뜯긴 예배당 창틀 밖으로 봄비가 내린다. 관우의 삼지창 무게에 버금가는 도구를 연신 휘둘렀더니 팔은 뻐근하지만, 마음은 깃털처럼 가볍다. 만중님께서 간식으로 가져오신 통닭이 유난히 따뜻하다. 함께 일하던 알바 목사님이 툭 던지는 말 한마디! “들꽃교회 이래서 참 멋지네!”
봄비, 봄바람에 날리는 벚꽃잎들이 축복처럼 예배당 안으로 날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