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해년 올레코시
(기해년 새해맞이 굿풀이)
에~ 에~ 에~ 짤랑짤랑짤랑짤랑…
괭~ 괭~ 괭~ 괭~ 괭~...
괭괭괭괭괭괭…
해동 조선국 제주 특별자치도 산 1번지…
짤랑짤랑짤랑짤랑…
한라산 산상봉에 백록담
백록담에 백록수필 회원여러분…
비나이다 비나이다
신령님께 비나이다
하늘에 일월성신
너른 바당 해왕신
지픈 바당 용왕신
한라산 산신령님
오백장군 나한님
삼성신에 삼성할망
조왕신에 조왕할망
장가 못간 총각귀신
시집못간 처녀귀신
물에 빠진 ᄌᆞᆷ녀 귀신
먼 바당에 보재기 귀신
보신탕집 황구 귀신
허연 백주
도체비귀신께도 비나이다
기해년 새아침에
비옵네다 비옵네다
백록수필 회원님들
입만 열면 명문장(開口成章)
침 뱉으민 주옥 되곡(唾咳成珠)
걸음마닥 만사형통
존체(尊體) 일신 건강ᄒᆞ곡
존당(尊堂) 가내 평안ᄒᆞ곡
입춘대길 건양다경
가화만사성 소문만복래라....
오곡백과 풍년들곡
금도새기 복도새기
와글와글 새끼낳곡
짐생 새끼 다산ᄒᆞ곡
조팥 콩밭 만경들 되곡
미깡낭엔 지랑지랑
자리 사들 ᄀᆞ득ᄀᆞ득
망사리엔 솜박솜박
괸당일가 화목ᄒᆞ곡
가문 준재(俊才) 출세ᄒᆞ곡
가내 식솔 평안허며
대주(大主)어른 승진ᄒᆞ곡
금상(錦衫) 아들 제대ᄒᆞ곡
큰년일랑 시집가곡
조근년은 취직ᄒᆞ곡
설룬 애기 토끼 손지
어린이집서 매 맞지 말곡
바당 물가 가지 말곡
높은 낭엔 오르지 말곡
진 것 보고 놀래지 말곡
애기 손지 ᄃᆞᆫᄌᆞᆷ 자게
삼성할망 어진 손질
아픈 배 씰어주곡
물외 크듯 쑥
이 댁 주부 전주이씨
조왕 정지 무탈허곡
안방 상방 ᄉᆞᆯ펴주옵소서
기해년은 금 도새기 해
복도새기 씨도새기
말모른 짐승 배골케 말곡
수톳ᄎᆞᆽ는 암토새기
얼른얼른 흘레시켱
바글바글 새끼다산
상방 정지 헛간허며
돗통 통시 헐거어시
소문 만복래 국태민안
가내 행복 소원 기원
기해년 새해 아침에
샘기픈믈 심방 우러러 비나이다
짤랑짤랑짤랑짤랑…
짤랑짤랑짤랑짤랑…
괭괭괭 괘갱 괘갱 괘갱 갱 갱 갱…
얼쑤 절쑤 저절쑤…
훠어~이~ (제물로 바쳐진 장닭의 목에 피를 낸 다음 마당 가운데로 높이 던져 올림)
註:1
올레코시-올레[대문]에서 지내는 한 해 동안의 가내 안녕을 기원하여 지내는 고사[코시-고시레]라는 뜻
註:2
개구성장(開口成章) 타해성주(唾咳成珠)-칠보시로 유명했던 조조의 아들 조식(曺植)을 칭송하는 글.(무학인 무당이지만 마을 유식자나 선대로부터 구전 받은 문구를 곧잘 인용하였음)
자리사들-자리돔을 건져 올리는 뜰채모양의 둥근 그물
註:3
이 기원문은 필자가 유년시절, 음력 정·이월이면 어머니가 마을 심방을 초빙하여 ‘올레코시’(무속신앙의식)할 때 무당의 주술(呪述) 요지를 현대적 컨셉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약간의 익살은 양념.)초빙되는 단골 심방은 “정출이”라는 오 육십으로 보이는 노인 박수무당이었다. 동네 어귀의 작은 오두막에 기허하면서 초빙되어 갈 때는 예외 없이 풀발이 살아있는 정갈한 흰 옥양목 두루마기를 떨쳐입고 지팡이를 내저으며 걸어갔다. 한 눈이 백내장이 씌워져 외눈팔이였던 그는 동네 조무래기들 한테도 ‘정출이’로 불리며 하대와 짓꿎은 놀림을 받기도 했다. 그 한 축에 끼기도 한 나였지만 그의 유려한 주술(呪述)에는 일종의 아우라가 서려있기도 했다. 지금쯤 하늘동네의 어느 마을에서 다시 선대의 가업인 심방을 하고 있을지도 모를 정출이 심방께 영험한 신 내림을 부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