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서현?
ㅡ15개월 손녀에게
우리나라의 끝,
해남에서 여장을 풀었단다
나즈막하고 작은 읍이란다ㆍ
하루를 접은 날이 조용하게 어두워지고 있구나ㆍ
아침 8시에 출발해서,
12시 30분에 나주에 도착했단다ㆍ
영산강 곁의 홍어거리에는 우리를 반겨주는 비가 내리고 있었어ㆍ
가끔 홍어의 쿰쿰한 맛이 그리워서 달려오던 곳인데, 이번에는 사람이 좀 많았단다ㆍ
대기번호를 받고 할범과 할맘은 영산강가를 걸었지ㆍ
근데 비가 갑자기 쏟아졌어ㆍ
첫 봄비치고는 너무 쎄더라ㆍ
봄의 등장이 좀 요란했어ㆍ
와! 4년 만에 들린 '홍어1번지' 집은 많이 달라졌더라ㆍ
식탁에 앉아 주문을 하는 거ㆍ대기번호표 대신 카톡으로
안내하는 것, 그리고 2인 정식 가격이 1만원이 오른 6만원이더구나ㆍ
대한민국 밥값, 안 오른 집이 없으니까말야ㆍ
고산 윤선도 여유와 문학적 감성을 만났단다ㆍ
그리고 우리 손녀가 요즘 보는 그림책의 주인공인 공재 선생도 만났지ㆍ
그의 자화상을 보면, 자신의 수염을 한올 한올 그린 날카로운 눈매의 소유자 윤두서!
그는 윤선도 선생의 증손이더구나ㆍ
남도 지방의 명문 자제들이더구나ㆍ
그러니 예술도 마음껏 펼치지 않았을까?
다산 정약용의 외가이기도 하지ㆍ
해남 윤씨의 부가 예술과 학문으로 꽃 피우는 밑거름이 되었더구나ㆍ
대부분의 사람들이 먹고 사는 일에 평생의 시간을 허비 하는 것에 비하면,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인 사람은 자유롭지ㆍ
그렇다고 금수저가 모두 고산의 자손들처럼 문학이나 예술적 인물이 많지는 않단다ㆍ
부가 오히려 사람을 피폐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단다ㆍ
그런 면에서 이분들의 자연을 노래하고 그림으로 삶을 승화한 점은 본받을 만하단다ㆍ
내가 사랑하는 나무들이 정원 곳곳에 있더구나ㆍ
500년 이상 된 소나무와 은행나무는 고산과 후손들의 혼을 담아 우뚝 서 있더구나ㆍ
그 위용에 압도 당했단다ㆍ
뒷산에는 비자나무숲을 조성중이라는데 나무가 자라면 더 안온한 곳이 되겠지ㆍ
땅끝순례문학관은 정비 관계로 출입금지라서 아쉬웠단다ㆍ
6월까지는 볼 수 없다고 해ㆍ
초록초록 보리가 나오는 넓은 길을 걷는 시간이 참 좋았단다ㆍ
발밑에서 찰박거리는 물의 감촉이 지금도 느껴진단다ㆍ
기분 좋은 기억으로 남겨졌단다ㆍ
내일은 대흥사의 장춘 숲길을 걸을 예정이란다ㆍ
맨발로 걷고 싶은데 비가 보슬보슬 정도만 왔으면 좋겠네
윤두서의 자화상을 스탬프로 찍었는데
네가 오면 보도록 손님방에 붙여 놓을 거란다ㆍ
여행하며 옛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굉장한 에너지가 된단다ㆍ
물론 낯선 사람들을 만나 소통하는 일도 즐겁지.
그들이 남긴 글과 그림으로 소통이 가능해지니까 말야ㆍ
네가 소통이 가능할 만큼 자라면, 이해 할 수 있겠지?
잘자렴 아가야
2025.3.1 밤
차들이 유난히 많았단다.
처음 보는 광경이었지.
영산강이 뵈는 둑에 새로운 조형물이 보이고
강진의 청자 박물관이야.
민화 박물관에 들렀는데, 정겨운 그림들이 많았어
강진에서는 청자축제를 하더구나. 행운인 것은 축제의 마지막 날였어.
비가 내려서 다니는데 불편하긴 했어.
완도의 포구앞이야.
가끔 가서 묵는 곳이지. 요즘은 고기를 잡는 일보다 낚시꾼들을 위한 배로 바뀌는 추세더구나
조금 화가 나는 부분이지
두륜산 대흥사에 들렸단다.
할맘은 맨발투어를 했지..
대흥사로 가는 길..
편백나무 숲
숲을 걷는 일은 정말 즐겁단다.
이 다음에 함께 손잡고 걷자꾸나.
물론 신발은 벗어야지!
첫댓글 나주의 홍어정식과
완도의 해물탕은 근사했다.
이러니 가끔 생각나서 먼 400킬로를 달려가는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