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도종환, '단풍 드는 날' 전문, <내 인생에 힘이 되어 준 시>에서)
가을이면 전국의 유명한 산들은 단풍 구경하는 이들로 쳐나기 마련이다.
뉴스에서도 언제 어느 곳을 가면 가장 멋진 단풍을 맞이할 수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곤 한다.
그렇게 잠시라도 자연을 찾아 풍경을 만끽하는 것에서 삶의 여유를 느껴보는 것이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나무는 한겨울의 추위에 대비하기 위해 가을이면 자신의 몸을 떨구어 내는 것이다.
그렇게 시드는 과정이 나뭇잎에 물이 들어 단풍이 되고, 그 순간에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시인은 그러한 과정을 지켜보면서, 단풍 드는 날을 '아낌 없이 버리'는 것으로 이해한다.
'방하착(放下着)'이란 '아래로 내려와 붙다'는 뜻이다.
낙엽이 땅으로 내려와 붙는 것을 표현한 것이며, 나무가 '이제는 무거워진 / 제 몸 하나 내려놓'는 과정으로 인식한 것이다.
시인은 단풍 그 자체보다, 그것이 나무를 떠나 땅에 내리는 순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람들은 아마도 단풍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 우리도 물이 드는 날'로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이번 주말에는 늦지 않게 단풍 구경이라도 했으면 좋겠다.(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