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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는 것을 먼저 밝히고 싶다. 환자를 위해 의료인의 자세를 견지하는 저자의 마음가짐과 달리, 이 책에 언급된 개별 사례들에 등장하는 환자들의 고통과 애로점들이 먼저 떠올랐기 때문이다. 물론 ‘재택치료’를 통해 환자가 원하는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저자의 노고에는 당연히 응원과 박수를 보낸다. 의사로서의 소명감을 가지고 환자가 원하는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모든 의료기관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요즘에도 뉴스를 통해 환자를 돈벌이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의료기관이 있다는 소식을 종종 접할 수 있다. 또한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모든 것을 환자와 가족 탓으로 돌리는 일부 의료인들의 태도에 대한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통하여 환자를 생각하는 저자의 마음이 잘 전달되고 있다고 여겨졌다.
이 책에는 ‘고통도 두려움도 없이 집에서 죽음을 준비하는 법’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아마도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최상의 임종을 맞을 수 있는 장소가 자신이 살던 집이라는 것에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환자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고, 그를 보살펴야 하는 가족들과의 관계도 고려될 필요가 있다. 물론 저자 역시 그러한 부분에 대해서 적절히 지적하고 있다. 저자에 의하면 한국의 현재 상황과는 달리 일본의 경우, 간병을 포함하여, 환자에 대한 의료 지원에 대해서 아주 폭넓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가난한 이나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이나, 환자에 맞는 적절한 방법을 강구하여 대응하는 저자의 사례가 부럽기까지 하였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이 책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환자에 대한 의료 지원이 가능한지는 잘 모르겠다. 경제적 부담이 적으면서도 저자의 방식대로 시행할 수만 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품게 된다.
한국에서도 여전히 ‘연명치료’에 대한 찬반 의견이 맞서고 있다. 사람의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기에 연명치료를 해서라도 죽음을 늦춰야 한다는 주장과, 환자와 가족들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희망이 없는 연명치료는 중단되어야 한다는 의견의 대립이 바로 그것이다. 단지 생명에 대한 외경 이외에, 이러한 주장에는 바로 치료비라는 경제적 부담이 관계되어 있다. 다만 도덕적 비난으로 연결될 수 있어 각자의 주장을 펴낸 측에서는 경제적 문제를 강조하지는 않을 뿐이다. 나로서는 ‘과연 삶만이 행복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저자가 주장하듯이 ‘행복하게 죽을 권리’도 인정해야 된다는 것에도 고개가 끄덕여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떠한 주장에도 맹점이 있기에, 어느 하나만이 정답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현재 한국에서는 거의 모든 장례식이 병원에서 치러지고, 그곳에서는 매우 ‘상업적인 매뉴얼’에 의해 손님 접대가 이뤄지고 있다. 그런 현실에서 이 책에서 언급된, 머리맡에 가방과 신발까지 챙겨 마치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임종을 맞은 환자의 사례가 너무도 부럽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저자가 재택치료를 강조하는 이유 중에서, 무엇보다 환자의 심적인 상태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에게 가장 공감이 되었다. 병원의 병상에 누워 고통스러운 일상을 보내다가, 막상 환자가 퇴원하여 집이라는 익숙한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예상보다 더 좋아진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집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며 재미있게 살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합니다. 마치 꿈을 꾸고 있는 듯해요.’ 항암치료가 불가능했던 악성림프종 환자였던 80대 노인이 재택치료를 받으면서 저자에게 건넸던 말이라고 한다.
저자는 환자들에게 가능하면 ‘재택 호스피스 완화 케어’를 받도록 권하고, 환자와 가족들의 입장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 80대의 노모가 주치의의 권유에 의해 병원에서 간단한 수술을 받고 퇴원한 바가 있다. 간혹 하루라도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셨지만, 의사의 권유에 따라 병원에서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말을 어머니에게 전할 때 매우 곤혹스러웠던 경험이 있다. 어머님이 퇴원하고 집으로 돌아오신 후부터는 병원에 계실 때와는 달리, 건강에 더 신경을 쓰면서 운동도 하고 더 활기차게 생활하시곤 한다. 그러한 경험을 통해서 역시 환자에게는 병원보다는 집에서 생활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는 저자의 말에 크게 공감하는 바가 있었다. 다만 일본의 사례에 그치지 말고, 한국에서도 이러한 의료 체계가 조속히 갖춰질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또한 이 책을 통해서 생명을 연장하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며 연명치료에 대해 공감했던 나의 인식에도 조금은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고백하며 마무리하고자 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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