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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문득 과연 ‘지적이고 과학적인 음주가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애주가를 자처하지만, 과음을 한 다음날 어김없이 후회를 하곤 했던 과거의 경험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읽고 나니, 저자가 이런 제목을 뽑은 것은 ‘술이란 무엇인지를 알고 먹자’라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이해했다. 20년 넘게 ‘양조공학’을 전공하면서 ‘강의노트를 만들고 자료를 정리하면서’ 술에 대해 저자가 탐구한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강의 현장에서 학생들과 나누었던 이야기’를 반영했다고 이해되는데, 그 결과 술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에서부터 보다 전문적인 내용까지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었다.
이 책에서는 지금 우리가 마실 수 있는 술의 종류를 망라하여 다루고 있다. 예컨대 과실주의 대명사인 와인, ‘치맥’으로 소개되는 맥주, 막걸리로 대표되는 발효주, 그리고 마지막으로 술을 증류하여 알코올의 정수만이 남은 독주에 이르기까지 소개되고 있다. 그동안 술과 관련된 다양한 책들을 접했지만, 가장 체계적으로 술에 관해 정리하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단지 술에 대한 지식만이 아니라, 다양한 사례를 통해 흥미로운 내용도 갖추고 있어 재미와 지식의 균형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하고 싶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아주 오래된 술 이야기로부터’라는 제목으로, 과연 언제 술이 처음 등장했을까 하는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 자연발효된 괴실을 통해 아마도 인류 발생 이전부터 존재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다양한 증거들을 통해 인류와 함께 술이 변화했을 것이라는 추정을 더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자연스럽게 과실로 담근 술인 포도주로 대표되는 ‘혀끝을 은은하게 하는 와인의 과학’이라는 제목의 1장으로 이어진다. 포도주의 격을 결정하는 것은 단순히 포도의 품종만이 아니라, 포도 재배지의 조건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지금도 마트에 가면 천차만별인 가격표가 붙어있는 와인을 잘 고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여겨진다.
2장은 ‘인정사정없는 맥주의 비즈니스’라는 제목으로,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술’이라는 맥주에 대해서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효모를 위에서 발효시키는가 혹은 아래에서 발효시키는가에 따라 맥주의 종류와 내용이 달라진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맥주의 역사와 지식은 어느 정도 갖추고 있었지만, 유통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오래 보관할 수 있게 되었다는 내용이나 그로 인해 맥주 회사의 운영권이 바뀌기도 한다는 실례들을 소개하고 있는 점이 흥미로웠다.
‘예술적인 누룩의 발효 시간’이라는 제목의 3장에서는, 막걸리로 대표되는 발효주를 소개하고 있다. 동양에서도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의 발효주 만드는 방법이 차이가 있음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한국의 경우 일제 강점기를 지나면서 전통적인 술 제조법이 잊힌 경우가 많았으며, 그 이후에는 대부분 일본의 기술과 방법이 오랫동안 통용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전통적인 제조법을 복원하려는 노력들이 지속되면서, 어느 정도의 성과가 나타나기도 하였다는 보도를 접할 수 있다. 한때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막걸리의 소비가 최근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지역마다 다양한 막걸리가 출시되면서 여행을 다니면서 각 지역의 막걸리를 마시는 것도 즐거움 가운데 하나이다.
마지막 4장은 ‘쌉싸름하지만 끌리는 요사스러운 독주’라는 제목으로 증류주의 세계를 다루고 있다. 지금 한국에서 마시는 소주는 전통적인 방식의 증류주가 아니라, 알콜 원액에 물을 섞어 만들기 때문에 흔히 ‘희석식 소주’라고 일컬어진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계승되거나 복원되고 있는 우리의 전통식 소주가 증류주를 대표하는 술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여행 중에 마주치는 고량주로도 불리는 백주 역시 중국을 대표하는 증류주이다. 이밖에도 와인을 증류한 꼬냑이나 곡조를 증류한 위스키처럼 각 나라를 대표하는 증류주에 대해 상세히 알 수 있었다.
‘알고 마시자!’는 것이 아마도 저자가 생각하는 <지적이고 과학적인 음주탐구생활>이었을 것이라 짐작된다. 그래서 ‘술에 관한 깊고 넓은 인문학 강의’라는 부제가 더욱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주가로서 단지 술에 대한 얄팍한 지식이 아닌, 보다 깊이 있고 체계적인 내용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언젠가는 술자리에서 이 책을 통해서 얻은 지식들이 펼쳐지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보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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