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슬님의 세월호 침몰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들을 위한 시 ◈
물길따라 한 세월 놀다 가라고 세월호라 이름 지었는가?
가진 자들의 돈벌이 도구에 짐짝처럼 실려
불투명한 아이들의 미래와 닮은 뿌연 해무를 그렇게 막무가내로 헤집고 가더니
내 새끼, 내 손주, 내 동생들을 이렇게 내동댕이치려고 꼬드겼다는 말이더냐
물속에 곤두박질쳐 꼬리만 드러낸 채 날름거리는 너는
역사와 민중을 속이고 수장된 사람들의 영혼까지 속이는
간악한 인간들의 혓바닥이더냐
이 땅에 영웅이 없어서
애꿎은 생명들을 담보로 영웅들을 만들어내는 사악한 무리들아
장난질 그만 쳐라!
자식 잃은 부모의 타는 듯한 심정이 용광로가 되어 너희들의 창자를 태워버릴 것이다.
쏟아도, 쏟아도 마르지 않고 흘러내리는 눈물은 총알이 되어
너희들의 복부를 관통하게 될 것이다.
인재(人災)라는 말에 신경질이 난다. 진절머리가 난다.
아픔을 공유한다는 표정으로 기망하는 너희들의 세 치 혓바닥을 뽑아버릴 것이다.
수학여행비 조금 아끼자며 밤에 출발해 새벽에 닿는 배를 이용한 것이 죄이더냐?
안산공단 내 고등학교의 부모들이 대부분 노동자라는 것을 진정 모른다 말이냐?
1년에 수 백 억씩 배당금을 받아가는 놈들이 떵떵거리는 나라에
13시간 뱃길의 수학여행을 보내놓고는 떠나는 배에 잘 가라는 손짓도 할 수 없는
부모의 자녀들을 초속 8미터의 물속에 던져 넣은 너희들의 위로를 어찌 믿으란 말이냐
애들아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나를 용서하지 말아라.
처음에는 남의 일처럼 여기고, 다음에는 약간의 염려로 관심 갖고
이제야 내 아픔처럼 받아들이는 우리들의 무감각함을 손가락질 하거라.
애들아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나를 데려가 그곳에 처박아도 좋으니
어서 오거라. 날치처럼 날아 나를 붙잡아 가거라.
너희들이 있을 곳은 물속이 아니다. 기울은 여객실 칸막이 안이 아니다.
떡볶기 국물에 김밥을 찍어 먹는 학교 앞 분식집이다.
형형색색의 옷이 걸린 쇼 윈도우 앞이다.
기웃거리던 네일 아트 점포와 구겨진 어깨로 드나들던 학원 책상 앞이다.
애들아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이제는 공부하란 소리 안할 것이니, 공부 잘해야 훌륭한 사람 된다는 말 안할 것이니
어서 오거라. 사뿐사뿐 바닷물 즈려밟고 너희들의 엄마, 아빠 곁으로 가거라.
그래도 올 수 없는 아이 있거든 그들의 염원이라도 떠메고 오거라.
내 이토록 두 손 비비며 간청하나니
딱 한 번만, 꼭 한 번만 들어주고는 네 멋대로 하거라. 응?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