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한국 인터넷의 빅브라더가 되려 하는가
- 패킷감청기술은 인터넷 이용자에 대한 도청이다 -
최근 KT가 해외에서 난데없는 주목을 받고 있다. 가디언, 파이낸셜 타임스,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근래들어 KT는 영국 폼(Phorm)! 사의 패킷감청기술을 도입했다. 폼사는 자신들의 기술이 KT의 신규 예정 서비스인 쿡스마트웹(Qook Smartweb)에 적용된다고 밝히고 있다.
프라이버시 활동가 뿐 아니라 유럽 시민들에게 폼사의 패킷감청기술은 악명이 높다. 폼사의 패킷감청기술은 '심층 패킷 감시'(Deep packet inspection) 기법을 이용하여 이용자의 웹서핑 등 통신 내용을 분석하여 광고주에게 제공하는 기술로서 2008년 초 영국 현지에서 불법 감청 논란을 불러 왔다. 폼사의 패킷감청기술이 영국 최대통신회사인 BT에 도입된 것이 알려지면서 불거진 논란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으며 이 문제에 대하여 현재 영국 공정거래위원회와 왕립검찰청이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또한 영국 정부를 대상으로 한 조사 절차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미국에서도 2008년 폼사와 유사한 기술인 네뷰애드의 패킷감청기술이 초고속 인터넷서비스인 차터 커뮤니케이션사에 도입된 것이 알려지면서 의회 청문회까지 열리는 소동 끝에 패킷감청기술 도입이 철회되기도 하였다.
패킷감청기술은 설정하기에 따라 웹서핑 내용 뿐 아니라 이메일, 메신저, P2P 등 이용자가 이용하는 모든 통신내용을 엿볼 수 있다. 폼사의 패킷감청기술은 이용자가 보는 사이트와 내용을 실시간으로 엿보고 이용자의 관심사를 분석하여 맞춤형 광고나 맞춤형 콘텐츠를 내보내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으며, 보통 패킷감청기술은 이용자의 통신 내용을 엿보다가 저작권법 등 현행 법률에 위반된다고 판단되는 내용을 필터링하는 용도로도 관심을 받아 왔다. 캐나다에서는 주요 인터넷회선업체인 벨캐나다사가 자사의 이용자 트래픽을 다른 인터넷회선업체 이용자의 트래픽보다 우선처리하는데 패킷감청기술을 이용하여 망중립성 논란을 빚기도 하였다. 이용자의 통신내용을 엿보는 패킷감청기술은 통상적으로 이루어지는 패킷검사와 다르며, 이용자의 통신 내용을 실시간으로 엿보는 행위는 명백히 현행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다. 특히 KT가 이 기술의 도입을 고객들에게 알리지 않은채 이미 십만가구 이상, 십만에서 십오만 가구를 대상으로 실험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대로라면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폼사는 자신들의 기술이 URL, 검색어, 사용자가 가장 많이 검색하는 브라우징 데이터를 광고주의 카테고리와 실시간으로 매치할 뿐 개인 사용자를 식별할 수 있는 어떠한 정보도 저장하지 않으며 다른 곳에 제공하지도 않으므로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위험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웹서핑이나 이메일 내용을 몰래 엿본 뒤 그 사람이 누군지 저장하거나 발설하지만 않으면 정말 괜챦은 것일까? 물론 전혀 괜챦지 않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에서도 다른 사람의 동의 없이 전기통신의 음향ㆍ문언ㆍ부호ㆍ영상을 청취ㆍ공독하여 그 내용을 실시간으로 지득 또는 채록하거나 전기통신의 송ㆍ수신을 방해하는 행위를 “감청”이라고 정의하고 당사자의 동의나 법원의 허가 없이 이루어지는 모든 감청을 불법 도청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내 최대 기간통신사업자인 KT가 패킷감청기술을 도입할 경우 2009년 대한민국에서 전국민을 상대로 한 빅브라더의 등장이 현실이 될 것이다. KT는 외신을 통해 알려진 이번 의혹에 대하여 모든 점을 투명하게 밝혀야 하며, 국민의 사생활을 침해할 뿐 아니라 현행법률을 위반하는 패킷감청기술의 도입을 즉각 중지해야 한다. KT가 행여 맞춤서비스라는 명목으로 불법적인 국민 도청을 시도할 경우 분명 국내외적인 망신거리가 될 것이라는 점 또한 엄중 경고한다.
2009년 8월 25일
진보네트워크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