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중순인데 벌써 한낮의 기온은 한여름에 접어든듯 꽤 뜨겁게 느껴집니다.
기후가 심상치 않습니다. 어떤 지역은 기상관측 이래 평균기온이 최고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그늘이 없는 뜨거운 아스팔트 길을 걷다 보면 열을 받아 달구워진 바닥에서 뿜어 대는 열기까지 이중으로 몸이 후끈 달아오릅니다. 반면에 풀과 나무들이 자리잡은 산책로로 접어들면 몸은 금새 사뭇 다른 반응을 보입니다. 나무 그늘이 햇볕을 막아주고 열기를 품고 있지 않은 흙길을 걷는 기분은 편안하고 잠시라도 근심을 내려놓고, 휴식을 갖고픈 마음이 들게 합니다. 숲, 나무, 흙은 인류의 휴식처이자 허파로서 숨쉬게 하고 새로운 힘을 내게 하는 어머니 같은 존재이지요. 아낌없이 주는 숲에 감사함이 올라옵니다.
주님, 고양시의 허파로서 저희에게 숨과 쉼을 안겨주는 산황산이 편안하게 생육하지 못하고 여전히 불안한 가운데서 신음하고 있습니다. 멀쩡한 나무들을 누군가 훼손하며 녹지자연도를 낮추어 골프장에 유리한 환경평가를 받아내려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2023년 6월 말, 골프장 증설을 불허했던 고양시장이 자신의 직권으로 취소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직권취소를 주저하고 있는 중에, 다시 고개를 든 골프장 사업자의 탐욕은 이 여름에 더 세게 불타오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데이터 센터나 소각장과 같은 혐오시설이 고양시에 들어선다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 계속 들려옵니다. 인류가 선택한 안락한 삶을 위해 이런 혐오시설이 계속 지어져야 한다면 거기서 발생하는 대량의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들을 줄일 수 있도록 최소한 도심의 허파인 산을 더 보존하고 더 많은 나무를 심어 ‘탄소제로’를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게 당연한 것 같은데 정책이 정반대로 기후재앙을 앞당기는 방향으로 가는지 참으로 아쉽습니다.
‘시민운동의 힘은 쪽수다. 질긴 놈이 이긴다.’라는 말이 있더군요. 저는 이 말을 ‘간절하게 제대로 싸워야 이긴다.’라고 바꾸고 싶습니다.
이번에는 꼭 고양시장의 마음을 움직여 골프장 증설안을 직권 취소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제 <산황산 살리기> 행동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해야할지 익숙하지 않아 여전히 막막하고, 이 뜨거운 여름 열기에 지쳐 선뜻 마음이 동하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10년 넘게 위기의 산황산을 지키고 있는 활동가들을 생각할 때 마음이 짠합니다. 기도하며 깨어 행동하는 시민들이 든든하게 뒤에 있다는 보이지 않는 마음이 서로 연결되어 있을 때만이 포기하지 않고 힘을 낼 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가지 행동과 집회가 계획되어 있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마음을 내어 할 수 있는 작은 일들부터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산황산이 우리 곁에서 존재하고 서로 오랫동안 보호해주는 존재로 남아주기를 바라니까요.
세상을 창조하시고 크게 기뻐하셨을 하나님
당신의 그 마음을 떠올리며 저희에게 주신 사회적인 소명을 감당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더하여 주시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주님의 성령께서 우리와 동행해 주시고, 우리를 통해 이루기를 바라는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