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6일(월) 10시 하하의 '사자성어 - 세상읽기'의 시간이다.
김종철, 김시중 선생들과 같이 교실에 들어 섰다. 교실에는 미리 와 있던 사모님과 이영희선생이
이야기의 꽃을 피우고 있다. 장마인지 오늘 아침에는 차량들이 밀리지 않고 교통이 수월해서 뿌듯함을
안고 지각도 안했다. 저도 으스대며 자랑스럽게(?)교실에 들어 섰다. 두 분이 '왠일들이냐'며 반긴다.
아침에 눈을 떴다. 평상시 내 옆에서 자고 있어야할 집사람의 숨소리가 없다.
어제 서울 딸네 집에 가고 없었기에 왠지 나 혼자다.
창문을 열었다. 신선한 바람이 불고 있다.
집사람이 집을 떠나기 전 냉장고 앞에서 나를 불렀다.
밥을 해서 여기다 놔두고 때가 되면 전기밥통에다 다시 끓어서 먹으란다. 그리고 물을 많이 부으면
전기 소요가 많이 든다고 절약정신을 가르친다. 국은 미역국으로서 여기에 놔두고 냄비에 데워서
먹고, 고등어 한 마리를 밥 위에다 얹어 놓았는데 쪄서 먹으란다.
김치냉장고에 노란색 뚜껑은 멸치볶음이고, 연분홍색 뚜껑은 꽈리고추볶음이고, 갈색은 묵은지, 파란색
뚜껑은 가지무침과 열무김치 등등 한참 설명이다.
그리고 설명은 계속된다.
푸른고추는 여기에 있고, 깍은 오이는 여기에 있다. 찍어 먹고 싶으면 된장은 여기에 있다. 그리고 밥이 먹기
싫으면 엔젝타에서 나오는 피엑스 플러스 1포와 알파 포르테 1스픈 타서 먹고, 물은 냉장고에 안에 있으니
물을 타서 마시고, 커피는, 복분자는, 포도는 여기에 있고 등 정신이 없다.
또 다시 설명한다.
난 응응하면서 알았다고 하지만, 이렇게 말을 하여도 마이동풍식으로 귀담아 듣지 않는다고 한다.
미리 알고 있었을까? 그렇지만 '내가 알아서 잘 챙겨 먹을게요'
이러한 설명에 감사를 드린다. 잘 나지도 못한 사람에게 이처럼 대견스러운 말이 어디 있으랴!
내가 아침에 눈을 뜰 때, 그런 생각은 하였다. 이불속에서 나오질 못하고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
내가 일어나야 하는데?
아침을 먹어야 약을 먹고 사자성어 - 세상읽기를 가야 하는데?
아침을 먹지 않고 그냥 가면 안 될까?
상상 속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는데 김시중 선생한테 전화가 왔다. 9시 20분에 아파트로 오겠다고.
지금 시간은 8시 30분이다. 50분이 남았다.
어서 일어나자, 어서 일어나 밥 준비하자.
어제 설명을 들었지만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망망하다. 우선 물부터 끓어야겠다.
어라, 무엇 때문에 물을 끓어! 무엇할려고?
아니지, 밥부터 데워서 먹어야 하지 않나?
데워야할 밥을 앉치고 어제 말 한테로 물을 조금 부었다. 고등어 한 토막 밥 위에 얹고, 미역국은 냄비에
다가 데우고, 반찬은 멸치조림, 꽈리고추볶음, 묵은지, 가지무침, 된장과 깍은 오이 등 상이 제법 어울렸다.
아침밥을 배부르게 먹고 기분 좋은 출근을 했다.
오늘의 교수님 강의가 머리속에 쏙 들어왔다. 암중모색(暗中摸索)에서의 강의가 그렇다.
'나무는 뿌리가 뿔이다'(빈섬 이상국 시인)이라는 글을 보면 '나무 뿌리를 보라, 암중모색하며 부드러운
솜털 같은 그 끝, 그 끝이 하나의 길을 낸다'고 쓰여 있다.
교수님이 우리에게 물어 본다. '우리의 인생의 삶 중에서 암중모색(暗中摸索)은 무엇인까?'
각각의 대답도 있었지만 '나는 인생에 마무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말을 할 수 있다.
너무 평범한 생각인가?
정년을 했지만 봉사의 일환으로 일터에 나가면 밥값과 교통비를 준다. 금년에도 봉사의 길로 나가려고
하였지만 김시중 선생이 '내일 모레면 70인데 허리가 꾸부러여 지고 돈도 필요가 없으니 이제부터 마무리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 말이 옳다.
이제껏 신앙생활을 해왔다. 하하에서의 글쓰기로 마무리를 하고 싶다. 붓글씨도 좋지만 붓을 내려놓고
글쓰기에 매달리고 싶다.
정영란 선생이 우리 부부를 영화감상으로 하하에 이끌러 주고, 여러 회원들의 물심양면으로 응원을 많이
하여 주어서 큰 힘을 얻고 있다.
하하의 분위기를 잘 알고 있는 김종철 선생, 입담이 좋고 유쾌한 성격의 소유자다, 또 판단이 빠르고 어느
누구에게나 칭송받는 김시중 선생,
두 분이 하하의 문단을 통하여 훌륭한 문필가가 되기를 바란다.
첫댓글 또 보낸 하루가 남은인생에 새롭게 펼쳐져 그려지는 수채화가 되는군요
저에게 주는 사랑에 감사하며 과찬의 말씀에 부끄럽습니다
저는 글쓰는 것에 자신이 없어져서
걱정도 많이 됩니다
공부 많이 해야겠어요
지도 편달 부탁합니다
각시는 걱정을 너무 많이해서 걱정입니다. 그냥 놓아두면 지가 먹을 것인데 그리고 죽지는 않을 것인데 가르쳐 주지만
냉장고 물열고 보이것만 먹고 그것이 다 떨어지면 다음것 먹고 많으면 배가 터지니 한가지씩 끝내는 것이 나의 습관입니다.
그런데 각시는 가지가지 그래서 잔소리 싫지 않은 잔소리지만 자꾸 들으면 왕짜증 이것이 사랑인지 하네요.
좋은 글 고맙습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7.07 16:30
빡죽님의 글은 물 흐르듯 참 자연스러움이 있습니다. 섬세하면서도 짜임새도 좋고요. 많이 써보신 분 같습니다.
해인사 보고 가셨다면 멋진 글감 하나 또 건지셨을 건데 옆에 안 계셔 좀 서운했습니다. 담에는 함께 하길 바랍니다.
빡죽선생님의 부부애 진즉 짐작했습니다.사랑이 흡족하신 이유 충분합니다.
빡죽님을 비롯하여 김시중선생님,김종철선생님 하하에 오셔서 하하가 큰 힘을 얻고 있습니다. 빡죽님! 하루하루 잘 챙겨드시고 더위에 건강 유의하십시오. 글 재밌게 읽고 갑니다.
한 국어학자는 '문학'을 '말꽃'이라고 했습니다. '꽃'이 '아름답게 피워 낸 가장 값진 열매'이니, '말꽃'은 '말로써 피워 낸 가장 아름답고 값진 결과물'이라고 했습니다. '나는 글쓰는 것을 왜 좋아하나?' 부드러운 귀엣말 같은 친근감이 있고, 속내를 드러내는 솔직함이 있기 때문에 좋아합니다. 또한 글쓰는 것이 얼마나 따뜻합니까? 때론 잘못한 것도 있지만 하하에서는 애교로 봐 주시고 댓글로 응원하고 있는 줄 알고 있습니다. 하하님들이 서로서로 모든 이에게 댓글로 달아서 잘잘못을 지적하여 주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