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덥더니, 오전 11시가 되니 국민안전처에서 폭염주의보를 발령했습니다. 기온은 32-3도를 나타냅니다. 가만히 앉아도 땀이 나네요. 회원님들 모두 이 더위 잘 나시기를 바랍니다.
벽암록 제43칙에 보면, 더위를 피하는 길에 대해 옛 선사의 법문이 나옵니다. 한 스님이 당대의 선승 동산양개(807-869)스님에게 물었습니다. "추위와 더위가 닥치면 어떻게 피합니까?" 동산선사가 말했습니다. "어째서 춥지도 덥지도 않는 곳으로 가지 않는가?" 그 스님이 다시 물었습니다. "춥지도 덥지도 않는 곳은 어디입니까?" 그러자 동산선사는 대답했습니다. "그곳은 추울 때는 그대를 꽁꽁 얼게하고, 더울 때는 그대를 열나게 한다(寒時寒殺黎, 熱時熱殺黎).
오늘 낮에는 홍경회 회원님이 옥수수 200개를 자가용에 싣고 우리 사명당의집에 오셨습니다. 옥수수는 거사님들이 싱싱한 것으로 먹을 수 있게 오늘 아침에 딴 것이라고 합니다. 회원님은 법회가 있다고 물 한 잔 안 드시고 종종 걸음으로 돌아가셨습니다. 홍경희 선생님은 작년에도 옥수수를 보시해주셨습니다.
오후에는 운경행님과 제영법사가 옥수수를 모두 벗기고 삶았습니다. 뒤늦게 도착한 저도 조금 거들었습니다만, 6시가 다 되어 모두 마쳤습니다. 옥수수를 뜨거운 물에 넣어 20 - 30분 정도 삶으니, 옥수수 알 색깔이 노랗게 변합니다. 옥수수 삶는 데는 제영법사가 경험이 많아 잘 익힐 수 있었습니다. 시식을 위해 한 개를 꺼내서 먹어보니 역시 맛이 좋았습니다.
오늘은 거의 100여명의 거사님이 모였습니다. 거사봉사대의 해룡님, 병순님, 정식님 등 세 분이 보살행을 해주셨습니다. 바나나 300개, 백설기 250쪽, 옥수수 200개, 그리고 냉둥굴레차와 커피 각각 100여잔을 보시했습니다. 오늘은 특히 옥수수가 더 있어서, 거사님들마다 백설기 2쪽, 바나나 2개, 거기다 옥수수도 2개씩 더 받으니 두 손으로 받아 가슴에 안아야 했습니다. 거사님들의 흐믓한 모습에 주는 사람도 마음이 흐믓합니다. 시원한 둥굴레차도 인기가 좋아 일찍 동이 났습니다.
오늘도 을지로 거사님들에게 좋은 음식을 보시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여러 회원님들의 자비심 덕분입니다. 세상이 각박한 가운데서도 무주상보시를 행할 수 있으니, 부처님의 자비광명이 늘 살아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여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