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대의 편지
그때 그대의 편지는 내게 그윽한 축복을 가져왔어요.
이 세상엔 먼 곳이 없음을 알게 되었지요.
모든 아름다움의 뿌리에서 온 그대는 나를 향해 오지요.
나의 봄바람 그대여, 그대는 나의 여름비.
그대는 나에 앞서 어떤 은총 받은 자도 밟은 적 없는
수천의 길을 가슴에 품은 유월의 밤이라오.
나는 그대 안에 있어요!
2.
숲과 폭풍
한동안 숲은 그리도 두려움에 떨고 있어요.
불안한 마음에서 가지마다 얼어붙었고요.
기다림이 숲에겐 너무나 길답니다.
그러다가 폭풍이 우듬지를 움켜잡으면,
숲은 전체가 하나의 노래가 됩니다.
고맙습니다,
<.....> 그대가 나의 심장을 두 손에 갖고 있어.
고맙습니다!
3.
일상의 장막
나는 어둠 속에 마치 눈이 먼 듯 서 있어요.
나의 눈길이 그대를 향한 길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죠.
일상의 어지러운 벅적거림은
내겐 장막일 뿐입니다. 당신은 그 뒤에 있지요.
나는 장막이 행여 올라가지 않을까 응시합니다.
장막, 그 뒤엔 나의 삶이 살고,
나의 삶의 내용과 나의 삶의 계명이,
그리고 또 나의 죽음까지도 살고 있지요.
ㅡ 라이너 마리아 릴케 (체코 , 1875~1926). 프라하에서 출생. 시인중의 시인으로 불리는 릴케는
유럽의 여러 나라와 러시아, 아프리카, 스페인 , 북구등을 떠도는 끊임없는 방랑 속에서 살고 사랑
하며 2천 편이 넘는 시와 단편소설, 희곡을 비롯한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폴 발레리, T.S. 엘리엇과
함께 20세기 최고의 시인의 반열에 서며 독일 현대시를 완성시켰다는 평가를 받음. 예술가적 치열함을
가지고 삶을 일관 하면서 <기도 시집>, <형상시집>, <신 시집>, <말테의 수기>, <두이노의 비가>,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등 뛰어난 많은 작품을 남겼다. 1926년12월 자신을 찾아온 여인에게
장미꽃을 꺾어 주려다 가시에 찔린 것이 화근이 되어 스위스의 발몽에서 51세를 일기로 사망.
ㅡ 릴케가 사랑 했던 여인 ... 루 살로메 (러시아, 1861~1937),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출생,
형이상학, 종교학 등을 공부한 후 젊음의 도시 취리히에서 철학,신학, 예술사 등을 두루 학습했다.
그녀의 매력은 늘 주위에 정신적 육체적 동반자를 불러 모았는데 , 동양학자인 안드레아스와의 결혼도
육체적인 성관계를 하지 않기로 약속을 받고서야 결혼을 승낙....., 21세 때 철학자인 "니체"를 만나 그의
절망적인 사랑을 한몸에 받았고, 36세때는 연하의 시인 "릴케"를 통해 진정한 낭만을 향유했으며,
50세 때부터는 당시 세계적 심리학자인 "프로이트"와 애정 어린 우정을 지속했다. 사랑하는 남자의
의식세계에 직접 파고드는 비범한 능력을 가졌던 그녀는 , 사랑이 폭풍우 같은 열정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으며 , 인생의 즐거움과 고통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낙천가였다.
스무 살 무렵의 루 살로메 , " 당신의 딸은 다이아몬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