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아래 시골길을 걸었지
논물을 대는 개울을 따라.
이 가을빛을 견디느라고
한숨이 나와도 허파는 팽팽한데
저기 갈대꽃이 너무 환해서
끌려가 들여다본다,햐!
광섬유로구나, 만일 그 물건이
세상에서 제일 환하고 투명하고
마음들이 잘 비치는 것이라면......
그 갈대꽃이 마악 어디론지
떠나고 있었다
기구(氣球) 모양을 하고,
허공으로 흩어져 어디론지
비인간적으로 반짝이며,
너무 환해서 투명해져 쓸쓸할 것도 없이
그냥 가을의 속알인 갈대꽃들의
미친 빛을 지상에 남겨두고,
(정현종, '갈대꽃' 전문, 시집 <섬>에서)
순천은 갈대밭으로 잘 알려진 도시이다.
간혹 외지에서 손님이 오면 제일 먼저 안내하는 곳이 바로 순천만 갈대밭이다.
정원엑스포를 위햐 순천만 인근에 다양한 정원이 조성되어 있지만, 나는 아직까지 순천만 정원에는 다녀오지 않았다.
하지만 갈대밭은 자주 들른다.
용산 전망대까지 걸어 올라가, 바라보는 바다 풍경은 항상 기분이 좋다.
가을철에는 갈대꽃이 만개하여 그야말로 장관을 이룬다.
시인은 순천만처럼 드넓은 갈대밭이 아닌, 개울에 핀 갈대꽃을 보고 이 시를 지은 것으로 생각된다.
활짝 핀 갈꽃을 보면서 '비인간적으로 반짝이'는 풍경이 그려지기도 한다.
가까이서 갈꽃 하나를 찬찬히 쳐다보면, 그 꽃잎들이 마치 하늘거리며 실체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것을 시인은 '기구 모양을 하고, / 허공으로 흩어'지는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갈꽃이 피는 가을의 풍경을 서정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라 하겠다.(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