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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류사를 폭넓게 검토하면서, 특히 대륙들 사이의 이주와 침략의 과정에 드러난 문제들을 진단하고 있다. 그동안 세계사의 서술은 단지 권력이라는 역학의 측면에서 조명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그것을 발달된 무기(총)와 병원균, 그리고 철기문화라는 관점에 초점을 맞추어 진단하고 있다. 유럽의 국가들이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바다를 건너 신대륙을 정복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요인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실증하고 있다.
이제는 문명과 야만이라는 구분을 사용하는 것이 시대착오적인 관점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 보편화되어 있다. 하지만 과거에는 서구의 발달된 문화를 문명이라 치부하고, 그들이 '야만'의 세계를 정복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지배하던 때가 있었다. 특히 저자가 한때 거처했던 폴리네시아의 문화를 통해서, 인접 문화와의 교섭이 해당 문화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가를 경험적으로 서술하고 있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어쩌면 비유럽 국가들은 과거에 무균질의 사회였기에, 사람들을 따라 이동한 유럽의 균들에 의해 적응하지 못해서 끝내 정복당하거나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는 관점도 흥미로웠다. 이는 문득 현대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의 이동으로 인해 원주민들이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설명하는 비유로도 적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글의 논점에서 벗어났지만...)
상이한 두 문화의 접속은 그 자체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거나, 아니면 강력한 어느 한쪽의 세력에 의해 휩쓸리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하여 그동안 인류사는 정복과 침략을 긍정적으로 그리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는데, 이제는 그것을 바꾸어 나가야만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결과론에 입각하여 역사를 바라볼 것이 아니라, 서로 더불어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인식의 변화가 요구된다고 하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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