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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와 반복이 만들어내는 탁월한 서사‘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고전문학을 전공하는 저자가 모두 13개의 항목에 걸쳐, 고전소설 작품 혹은 그와 관련된 내용들에 대한 감상과 의미 등을 서술하는 내용이다. 저자가 월간지에 연재했던 원고들을 엮어서 출간한 것이라고 하는데, 여기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고전문학을 전공하는 나에게도 생소한 것들이 적지 않다. 예컨대 박지원의 <양반전>이나 영웅소설은 <소대성전> 등 교과서에도 나오는 익숙한 작품들이 있가 하면, 신광수의 <검승전>이나 우화소설인 <승호상송기> 등의 낯선 작품들도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 고려시대 시화집인 <파한집>과 <보한집>을 소재로 취하기도 했으며, 마지막 항목은 책을 사람들에게 소개해주고 팔기도 하는 이른바 '책 거간꾼'인 '책쾌'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다루기도 했다.
그동안 한시의 번역과 고전에서 소재를 취한 다양한 저술들을 출간하기도 했던 저자가 소설에 대해서 소개한 내용이기에, 책을 받고서 조금은 뜻밖이라고 생각되기도 했다. 이 책에는 비교적 간략한 편폭의 작품에서부터 장편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설들이 소개되어 있다. 한때 작품 원문이 존재하지 않아서 실전된 것으로 알려졌던 판소리계 소설 <강릉매화타령>이 이본 발견 소식과 함께, 작품 내용과 의미를 상세히 소개하기도 한다. 또한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한 가족의 이산과 재회의 과정을 한중일 세 나라를 배경으로 넘나들면서 그려낸 <김영철전>은 ‘국가의 의미를 묻는 아픔과 그리움의 서사’로 소개하고 있다.
어린 시절 영웅소설인 <유충열전>을 읽었던 기억을 토로하면서, 저자는 자신과 고전소설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음을 전하고 있다. 지금은 한문학을 전공하면서 대학 강단에서 연구와 교육을 하면서도, 틈틈이 소설을 읽고 각 작품에 내재된 ‘반복 속에서 차이를 발견하는 기쁨’을 맛보고 있다고 고백한다. 언제부턴지 연구자들마저 자신의 전공 분야에 갇혀 폭 넓은 독서와 연구를 게을리하는 경향이 적지 않다. 그에 비하면 저자의 이러한 시도는 긍정적인 가치가 있다고 평가할 수가 있을 것이다.
오히려 문학은 그저 문학일 뿐, 자신의 전공 분야에 대한 좁은 안목은 오히려 문학에 대한 이해를 더욱 협소하게 만들 뿐이다. 그래서 저자의 이러한 작업이 문학에 대한 자신의 전공 영역을 보다 넓히려는 시도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저자가 소개하는 낯선 작품들에 대해 새로운 이해를 하게 되었다는 점이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전공 분야가 무엇이든, 소설 작품은 누구에게든지 흥미로운 독서물임에 분명하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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