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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사회에서 통용되는 '헛소리' 혹은 '아무말 대잔치'로 표현되는 말들을 일컬어 '개소리'라고 규정하면서, 왜 그러한 현상이 지속되는가 하는 점에 대해 탐구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대체로 '개소리'로 치부되는 말들은 누군가에게 관심을 끌기 위해 얼토당토 내용으로 지껄여지고 있다고 이해된다. 그래서 아마도 '개소리'를 자주 토해내는 부류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그들의 '개소리'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그렇게 해서라도 대중들의 관심을 끄는 것이 낳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며, 다른 한편으로 누군가는 그러한 '개소리'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주고 있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인터넷 방송을 통해서 사실이 아닌 말을 함부로 지껄이는 일부 유튜버들도 '개소리'를 즐기는 부류에 속할 것이다. 이 역시 단지 재미있다는 이유로 그들이 올린 영상을 클릭하는 대중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주제를 탐구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이 일단 흥미롭게 여겨진다.
누군가의 허무맹랑한 말을 개소리로 치부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왜 그것이 개소리인지 규정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어쩌면 개소리라는 것은 논리적인 설명 이전에 감정적으로 그렇게 규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논리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이유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 개소리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가짜뉴스'의 폐해를 절감하고 있지만, 누군가는 그것을 '진짜'로 믿고 추종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른바 '팩트체크'를 통해서 그 문제점을 상세히 지적한다고 해도, 그것을 추종하는 이들은 그러한 반론이 '팩트체크'가 아닌 '비난'일 뿐이라고 단정해버린다.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저자가 개소리에 대해서 연구하면서, 그것의 의미를 파헤치고자 하는 것이라고 이해된다.
앞 부분에서 개소리와 가장 흡사한 의미를 지닌 '협잡'의 사전적 정의를 제시하면서, 그것과 서로 같고 다른 점을 설명하고 있다. 즉 사전적으로 다른 단어를 통해서는 개소리가 지닌 함의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이 표현을 사용할 수밖에 없음을 강조한다. 저자는 개소리가 가장 널리 통용되는 분야가 바로 광고와 정치분야이며, 이들 분야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개소리를 합리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세련된 장인'들이 있음을 지적한다. 하지만 문제는 대중들이 이들 '개소리쟁이'들의 말에 대해서 신뢰를 보낸다는 점이라고 하겠다. 상대에게 자신의 의중을 들키지 않기 위해 화려하게 말로 치장을 하고, 혹여 들키더라도 너무도 뻔뻔하게 대응하는 것이 개소리쟁이들의 전형적인 특징이라고 하겠다. 따라서 개소리라고 치부하는 것은 쉽지만,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직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저자는 개소리가 상대적인 관점에서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을 비트겐슈타인과 그녀의 러시아어 개인 교사인 파스칼의 대화를 통해서 설명하기도 한다. 여기에 덧붙여 옥스포드 영어사전에서 '개소리(bullshit)' 항목과 관련된 다양한 예증을 통해서, 그것의 본질에 대해서 탐구하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개소리야!'라는 한마디에 의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의 의도를 명확히 전달할 수 있는 감정을 논리적으로 규명하려고 하는 저자의 노력이 돋보이는 내용이라고 여겨진다. 때로 개소리는 거짓말일 수도 있지만, 저자는 그것보다 오히려 허세 부리기에 가깝다고 강조한다. 실제 가짜뉴스나 정치인들의 발언들을 통해서 보다라도, 그것은 자신의 이익 혹은 대외적 이름을 알리기 위한 허세라고 파악할 수 있다. 바로 그런 의미에서 개소리는 남들에게 보여주려는 허세를 담아내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한때 사람들 사이에 자신이 지닌 순수한 마음을 표하기 위해서 자신의 말에 '진정성'이 담겨있음을 강조하곤 했다. 하지만 저자는 아무리 진정성이 있다고 해서 그 말이 사실일 수는 없다고 단언한다. 즉 '진정성'은 '확정성'에 기초해야 의미가 있는 것이지, 사실이 아닌 것을 진정성만으로 표출하는 것은 오히려 개소리라고 단언한다. 즉 사실이 아닌 것들을 모호하게 표혐함으로써 오히려 본질을 흐리는 수단으로 '진정성'을 내세운다는 것이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말이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으나, 개소리를 하는 사람은 사실인지의 여부는 밝히지 않으면서 자신의 말에 진정성이 담겨있다고 강변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대중들은 '진정성'이라는 표현에 혹하여 개소리를 마치 진실인 것처럼 인지하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개소리가 무차별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현실을 지금 가짜뉴스와 정치인들의 허황된 말들 속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개소리에 현혹되지 않기 위해서는 상대의 말이 얼마나 정확한 근거를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을 면밀히 따지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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