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집회(꽃보다 전한길)
유태용
음력 설을 쇤 다음 날 고등학교 동기 C 군한테서 전화가 왔다. 별다른 계획이 없으면 주말에 부산에 같이 가자고 한다. 부산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릴 예정이란다. 무슨 집회냐고 물으니, 역사 강사로 요즈음 2030 세대로부터 열렬한 호응을 받는 전한길이가 연사로 나온다고 했다. 언젠가 유튜브를 시청하다가 언 듯 한 번 동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본 적이 있어서 이름은 알고 있기에 실제 모습도 보고 싶었고, 집회 분위기도 함께 느끼고 싶어 같이 부산에 가기로 약속 후 기차표를 예매했는데 당일 좌석표가 갈 때나 올 때 모두 매진 되어 입석밖에 없었다. 대구에서도 집회 참석자가 많은 것을 실감 할 수 있었다.
약속한 날 시간에 맞춰 기차를 탔다. 겨울비치고 빗줄기가 굵은 비가 부산 도착할 때까지 계속하여 내린다. 대합실에 들어서자 집회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여기저기에서 어깨띠를 맨 사람들이 집회에 사용되는 각종 소품을 나눠 주고, 행사 요원들은 멀리서 속속 도착하는 참석자들에게 집회 시간과 연사들 소개에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집회 장소인 부산역 광장으로 나가는 출구가 인산인해다. 친구와 약속한 출구에서 만나 광장으로 나왔다. 광장을 꽉 매운 사람과 사람, 빗줄기는 더 세고 비옷 입은 사람, 우산을 받쳐 든 사람, 친구와 같이 연단을 잘 볼 수 있는 곳을 찾아 사람들 틈을 헤집고 다닌다. 화단 위에도 만원, 에스컬레이트 난간도 만원, 지하철 입구도 만원, 광장 옆 빌딩 옥상도 만원, 흥을 돋우는 북소리, 사람들의 함성 나도 가슴이 뛰어오름을 느낀다.
지역 국회의원 몇 명이 연단에서 연설을 했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별로였다. 역시 오늘의 중심 연사는 ‘꽃보다 전한길’인 것 같았다. 사회자의 연사 소개가 있자 오늘의 히어로인 전한길이 무대위로 올라 왔다. 전체적으로 깡마른 체구 였으나 눈빛이 살아있었다. 전한길의 등장으로 부산역을 꽉 매운 집회 참석자들의 함성과 북소리, 대형 깃발과 태극기, 성조기를 흔들면서 전한길을 환영 했다.
본인은 한때 노사모(노무현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 출신으로 현재는 노량진 공무원 학원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 강사라고 소개했다. 12.3 비상계엄이 선포되었을 때는 대다수 국민처럼 대통령을 정신 나간 사람으로 여겼다고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대통령이 왜 계엄을 선포해야만 했는지를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29번의 무리한 탄핵, 무분별한 0원 예산 삭감, 무법천지 공수처의 대통령 체포 및 구금, 헌법재판소 좌 편향 재판관들의 망나니 칼춤, 굿판을 벌이고 있는 악의 무리에 의한 만행을 더 두고 보지 못하여 차가운 아스팔트에서 투쟁하기 위해서라고.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나의 가슴 저 밑에서 뜨거운 불기둥이 불끈 솟아올랐다. 사설 경호원까지 대동하고, 나라를 위해 공정과 정의를 위해 60억 연봉까지 포기하며 온몸을 던지는 그에게 존경심과 경외감이 들었다. 울분의 눈물을 흘리며 비에 젖은 원고를 넘기며 연설하는 그도 연설 끝에 울먹이면서 대통령의 심경을 전했다. 눈물인지 빗물인지 나의 두 눈에도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가빈사양처(家貧思良妻)
세란식충신(世亂識忠臣)
질풍지경초(疾風知勁草)
가정이 어려울 때
좋은 아내가 생각나고.
세상이 어려울 때
충신을 분별할 수 있으며,
세찬 바람이 불어올 때
곧은 풀을 알게 된다.
집회 마지막에는 우리도 아는 ‘88 올림픽 때 불렀던 노래 ’손에 손잡고‘를 코리아나 이상규 단장의 선창으로 목청껏 따라 불렀다. 대형 앰프를 타고 울려 퍼지는 합창 소리가 전 부산 시내를 뒤덮는 것 같았다.
<손에 손잡고 : 가사 중 일부>
하늘 높이 솟는 불
우리들 가슴 고동치게 하네
이제 모두 다 일어나
영원히 함께 살아가야 할 길
나서자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
서로서로 사랑하는 한마음 되자
손잡고 어디서나 언제나
우리의 가슴 불타게 하자
하늘 향해 팔 벌려
고요한 아침 밝혀주는 평화
누리자
나라의 앞날이 풍전등화같이 위태로울 때, 전한길은 혜성 같이 나타나 잠자던 2030들을 깨우는 깃발을 높이 들어 계엄령을 국민 ’계몽령‘으로 바꾸는 기적을 일으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힘겹게 버티어온 자유 우파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었다. 100년 전쟁 때 프랑스를 구한 잔 다르크가 있었다면, 대한민국 100일 전쟁에는 ’꽃보다 전한길‘의 ’전 다르크‘가 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너무나 가슴이 뿌듯했다. 기차에서 만난 어떤 분과 이야기를 나눴다. 오늘 집회를 보기 위해 대구에서 왔다고 했다. 현 상황을 보는 생각이 나와 비슷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전한길과 같은 애국자가 있는 한 우리 대한민국의 앞날은 밝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했다. 젊은 시절 직장 다닐 때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른 채 사무실 화장실을 이용하던 민노총에 대한 트라우마가 늘 있어서, 집회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았는데 ’꽃보다 전한길‘은 집회의 순기능을 내게 되새겨 주었다. “정치에 무관심하게 되면, 자기보다 못한 가장 저질한자들로부터 지배를 당하게 된다.” 국민이 각자 깨어 있어서 위정자들을 항상 매의 눈으로 감시하여야 자유 민주주의를 수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