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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 담장의 기본은 사괴석(四塊石·벽이나 담을 쌓는 데 쓰는 육면체의 돌) 기와돌담이다. 네모난 화강석을 가지런히 쌓고 석회로 줄눈을 넣어 반듯하게 마감하고는 그 위에 기와를 얹은 것이다. 이 사괴석 기와돌담은 보기에도 위엄과 품위가 있어 궁궐 바깥 담장으로는 제격이지만, 생활공간의 안 담장으로는 너무 무거운 느낌을 준다. 그래서 궁궐 곳곳에는 벽돌담장, 꽃담장 또는 허튼 돌을 조각보 맞추듯 이어 쌓은 '콩떡 담장'이 배치되어 있다.
궁궐의 이런 여러 담장 중에는 취병(翠屛)이라는 일종의 생울타리(살아있는 나무를 심어 만든 울타리)도 있었다. 취병은 시누대를 시렁으로 엮어 나지막이 두르고 그 안에 키 작은 나무나 덩굴식물을 올려 여름에는 푸름으로 가득하고 겨울에는 얼기설기 엮은 대나무가 그대로 담장 구실을 한다. 이러한 취병은 서양에도 있어 장미넝쿨 생울 같은 꽃담(floral screen)을 '트렐리스(trellis)'라고 부르고 있다. 취병은 자연과 인공의 조화를 중요한 미적 덕목으로 삼은 우리 옛 건축에 더없이 잘 들어맞는 형식이었다.
200년 전 창덕궁과 창경궁의 모습을 그린 〈동궐도(東闕圖)〉에는 지금은 모두 사라졌지만 취병이 18곳이나 그려져 있다. 대개는 건물의 뒷담과 정자 주변에 둘러져 있는데 너른 마당을 낀 대문 앞에 가로지른 헛담으로 친 것도 있다.
조선후기 백과사전이라 할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에는 취병 설치하는 법이 자세히 나와 있다. "버들고리를 격자(格子)모양으로 엮어서 그 속을 기름진 흙으로 메운 다음 패랭이꽃이나 범부채와 같이 줄기가 짧고 아름다운 야생화를 심으면 꽃피는 계절엔 오색이 현란한 비단병풍처럼 된다."
그러나 취병은 잘 돌보지 않으면 금세 풀덩이가 되거나 시누대가 쓰러져 버리고 만다. 조선왕조가 막을 내리고 궁궐의 전각들이 텅 비게 되면서 그 많던 취병은 모두 사라졌고 끝내는 취병이라는 아름다운 건축 조경 양식의 맥마저 끊어져 버리고 말았다.
창덕궁관리소는 작년에 이 취병의 전통을 되살리고자 부용정과 규장각 사이의 꽃계단[花階]에 〈동궐도〉 그림대로 취병을 설치했다고 한다. 이로써 우리는 비로소 취병을 다시 볼 수 있게 되었으니 모두들 틈 내어 한번 구경가 볼 만한 일이다.
조선일보 2009.6.25
첫댓글 샤니님 댁 담장이 취병이 아닐런지요... 왕가 같은 맘으로 사시는 님이 부러워요^^
덕분에 모르는것 알았네요....담장쌓기도 그렇고 이리저리 생각하다 사철나무를 심으니 비도 막아주고 바람도 막아주더군요....한가지 눈이오면 나무가 쓰러질까 눈을 빗자루로 다 털어 주어야 합니다...이것도 저의 할일이 되지요...남편은 회사 출근하니 무조건 집안 일은 다 저의 일이 되더군요.....단독은 일이 많고 청소해도 티가 안납니다.....나무의 키가 2m 가 넘어갑니다.
언제 구경한번 가봐야 할건디요....^^
사진 만 보면 참 멋있어 보이지요...실지는 시골집.....이지요. 막상 보시면 실망이 크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