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p입니다 ㅋ
깊은 감동은 아름다운과 더불어 온다
문학 작품을 통해 받는 감동은 작품 세계가 구현하고 있는 내용뿐만 아니라, 국어가 여러 특성과 장치를 활용하여 만들어 내는 아름다움에서도 온다. 문학 작품이 지니고 있는 예술적 창조력의 이 두 측면은 서로 긴밀하게 연관되면서 우리에게 심미적인 감동을 준다. 예컨대, 박두진의 '어서 너는 오너라'가 주는 밝고 힘찬 이상적인 세계의 모습은 이 시가 가진 율격,반복적인 구문, 유음,비음 및 격음의 빈번한 사용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우리 문학 작품들 속에서 국어의 아름다움은 여러 면에서 잘 구현되고 있다. 자모음군이 풍부하게 발달한 국어의 음성적 요소의 활용, 규칙적인 반복에 기초한 율격의 조성, 감각적인 어휘가 발달한 국어의 특성을 이용한 선명한 심상, 교착어로서의 국어의 특징에 기반을 두고 있는 자유로운 구문 등을 우리 문학 작품 속에서 찾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이를 기초로 하여 구성된 참신한 비유, 새로운 구문,다양한 문체 등은 국어의 아름다움을 더욱 빛내고 있다.
국어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훌륭한 작품을 낳는다는 것은 특별한 몇몇 작가들에게만 적용되는 사실도 아니고, 새삼 복잡한 논증이 필요한 사항도 아니다. 우리 문자가 없던 시절에도 국어의 감각적인 어휘가 충분히 구사된 빼어난 향가들이 나왔고, 한문이 지식인의 문자이던 조선 시대에는 정철이 아름다운 우리말을 이용하여 한글로 된 가사를 지었다. 그리고 김소월은 우리말의 가락을 잘 살린 탁월한 시 작품들을 산출하였다. 오늘날 전하는 작가들의 육필 원고에는 낱말 하나, 토씨 하나를 골라 쓰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한 한적이 남아 있다.
또 작가들의 창작 후기를 읽어 보면 작품 창작 과정에서 끊임없이 국어를 의식하고 고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언어에 대한 작가들의 깊은 관심과 부단한 조탁은, 글을 고치고 가다듬는다는 뜻의 '퇴고'란 말이 시구의 한 글자를 두고 망설이는 과정에서 유래하였다는 사실에서도 잘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