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31 <이청준, '자서전들 쓰십시다'에서>
자기의 과거사를 고백하는 데 있어, 남의 입을 빌린다는 그 원초적인 대필업의 오류는 이미 재언할 필요도 없는 일이겠지요. 뿐만 아니라 자기의 정직한 생의 궤적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말의 허구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그것들은 또 자서전 집필의 본 뜻이 되어야 할 한 시대나 역사에 대한 진실의 증언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적어도 자기의 지난날을 뼈를 깎는 듯한 참회의 아픔으로 다시 들춰 내 보일 수 있는 정직성이나 그 부끄러움을 박차고 나설 용기, 또는 자신의 과오를 폭넓은 이해와 사랑으로 어루만질 수 있는 성실한 자기 애정 같은 것들과도 아무 상관이 없음을 다시 말할 필요가 없는 일입니다.
그런 것들보다도 제가 이런 일을 대신해 줌으로써 범해 온 보다 큰 죄악은 제게서 그 자서전을 지어 받아 간 분들이 아무도 그들의 어두운 과거에서 밝고 참된 자기 해방을 맞을 수가 없게 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중략)
그러나 자서전은 한 번 쓰여지고 나면 거꾸로 그의 살아 있는 주인공을 사로잡고 그를 지배하는 이상한 힘을 발휘하기 시작합니다. 오늘날의 자서전들은 그 대부분이 실상은 과거의 시제를 빌려 쓴 미래의 자기 암시에 다름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서전들은 살아 있는 주인공으로 하여금 그의 새로운 미래상을 보게 합니다. 그리고 그것의 실현을 꿈꾸게 합니다. 그럴 듯하게 꾸며진 이야기이니까요. 어두운 과거도 아름답게만 회상되고 과오도 미덕으로 미화되기 쉬운 것이 자서전 집필의 위험스런 함정일진대, 하물며 그런 과거에서조차 구애됨이 없이 자유롭게 꾸며 낸 인간사라면 그것이 얼마나 완벽하고 위대해 보일 수 있겠습니까. 언제나 위대한 정치가요 언제나 존경받을 기업가요 신념 깊은 장군, 교육자, 천재적인 예술가요 변호사요 의사요 종교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첫댓글 우럭아왜우럭ㅠㅠ?님 글 잘 보았습니다... 아래 자격증관련 정보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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