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린bambi 2010-04-09
요즘 먹는 문제로 약간의 곤란을 겪고 있다. 이게 무슨 소리냐 하면 요즘 나는 예전까지의나의 지론,즉 몸에서 원하는 대로 해주자!주의를 고치느라 부단히 노력 중인데,그러다 보니먹는 즐거움과 금해야 한다는 당위성 사이에서 심각한 갈등을 느끼는 때가 종종 있다는말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그 쪽에 정통하신 지인의 조언(나는 아주 당연하게 몸에서 원한다는 건 내몸이 그걸 필요로 하는 거 아니겠느냐고 얘기했는데 그 분 말씀인즉,그건 어디까지나 내 몸이 잘못된 습관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그러니 그 잘못된 습관을 제자리 잡아주면 더이상 땡기지 않을 거라고 하셨다)을 듣고부터 지금까지의 식습관이 많이 잘못 되었었다는 걸깨닫고 지금까지 길들여진 나쁜 습관을 고치려고 노력하다 보니 어려움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건강한 육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먹어도 좋은 음식보단 금해야 하는 음식에 더 신경을써야 하는데,그러다 보면 금해야 하는 음식을 대체할 마땅한 먹을 거리를 주변에서 찾는 것이 결코 녹록하지 않다는 걸 우선 제일 먼저 발견하게 된다. 이 이야기는 약간 과장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길들여진 입맛을 바꾼다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도 문제지만,이전까지 즐겼던 음식을 대체할 뭔가를 찾는다는 게 그리 쉽지 않다는 말이기도 하다.
놀랍게도 큰 아들은 한국에서 부모님께서 보내주신“생로병사”라는 프로그램을 시청한 다음고기를 더 이상은 안 먹겠다!단호하게 선언을 하더니만 지금까지 자그마치 서너 달을 진짜고기 한 점 입에 대지 않고 지내고 있다. 그런 아들을 보면서 속으로 나는‘우리 아덜한테도저런 오부진 면이!’하면서 많이 놀래고 있고,그런 아들이 자랑스럽기까지 한 게 사실인데,나 역시 언제부터인가 고기가 안 땡기고 채소나 과일이 더욱 좋아지고 있는 건 맞지만 그래도아직까지 작심하고 채식주의자(사실 채식주의에도 등급이 있어서 최고봉은 물론 아무런 생명체,즉 생선이나 유제품도 안 먹는 것이지만 그런 완벽한 채식주의자가 되겠다는 아들을 나는말리고 있는 중이다. 적어도 생선이나 달걀,유제품은 먹는 게 좋을 듯 해서 말이다.)가 되지는 못했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때로 사람은 과감한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으니,나는 우선 고기부터 끊으면서 서서히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 것을 멀리 할 결심을 하고 있다. 원래 짜게 먹진 않지만 소금 섭취량도 더욱 줄여야지~작정하고 있고,무엇보다 나의 아킬레스건이라고도 할 수 있는<먹는 것에 대한 탐욕>을 줄여나가서 소식을 습관화하고,군것질도 줄여나가야겠단 맘도 오부지게 먹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이 살다 보면 주위 사람들과 맞춰야 할 때도 있고,가끔은 독한 마음을풀고 릴랙스하면서 못 이긴 척 그들을 따라야 할 때도 있는 법. 물론 나는 아직 완전한 작심을 하지 않은 상태라 그렇기도 하지만 가장 최근에 고기를 먹게 된 일이 발생했으니 바로 어제,오늘 연달아 이틀을 상황에 휩쓸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고 말았다.
그 사연인 즉,어제는 퀘벡 기상 관측 후 최고의 기온이었다는25도의 기온 속에서 오랜 만에 남편과 드라이브를 나갔었는데 돌아오는 길에 배가 고파져 우리가 자주 찾는 베트남 국수집에 들러 우리가 갔다 하면 늘 먹는“소고기구이 쌀국수”를 주문해 함께 먹게 되어서다. 그런데 요즘 고기 섭취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남편이 내가 고기를 먹는지 유심히 살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 에이 모르겠다!하는 맘으로 고기 몇 점을 집어먹었다. 분명히 내가 고기를안 먹으면 남편 또한 한 점도 입에 대지 않을 것 같기에,그냥 먹어버린 거다.
그리고 오늘은 이미 새해가 되기 전부터 시어머님께서 친척이 줬다는“Moose Meat(무스 고기)”를 넣고
또늘 넣으시는 소고기,닭고기와 함께“또띠야”를 만들어 초대하겠다고 하셨던 계획이 자꾸 미뤄지다
오늘 드디어 만들어놨으니 가져가라는 연락(원래는 초대해서 함께 먹기로 했는데,시누이가 감기 걸려서 취소되었기에)이 와서 남편과 가서 그걸 가져왔고,가져온 음식을 그냥구경만 하기가 뭐해서 둘째 아들과 함께 나눠먹게 된 거다.
워낙 고기를 좋아하는 둘째 녀석은 맛있게 먹었지만 요즘 고기를 멀리하고 있는 내 입에도 시어머님의 또띠야는 맛이 있어서 우리 둘이 맛있게 먹었는데,정작 남편은 자긴 오늘은 건너뛰고 내일 먹겠단다. 배신자 같으니라구~하는 마음이 살짝 들었던 게 사실이었지만 곧이어내가 좋아하는“파파야 샐러드”를 또 열심히 만들고 있는 남편을 보면서 그 사실은 곧 잊었다.
이게 바로 시어머님께서 만드신 퀘벡 요리"또띠야". 맨 위에 허트 두 개를 만들어 넣으신 센스! ㅎ
그리고 잠깐 눈을 붙이고 있는데 남편이 날 깨우면서 만들어진 파파야 샐러드가 너무 매워서못 먹을 것 같다고 내 눈치를 보는데,그래도 정성 드려 애써 만든 걸 맛 보지 않을 수 없어 눈딱 감고 그 매운 샐러드를 거의 다 먹어 치웠다. 배 안이 조금 따끔따끔하단 걸 느끼면서도쉬지 않고 말이다. 너무 매운 음식이 위에 부담을 주는 건 사실이고,그 또한 몸에 해롭겠지만 이번 경우도 피치 못하게 섭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거. 그래서 먹고 나선 매운맛을 달래기 위해 귤을 두 개나 후다닥 까 먹고,또 옆에 있던 너트와 쵸콜렛을 마구 집어 먹었다는 거.ㅎㅎ
그러고 보니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가 몸에 안 좋은 걸 먹지 않기 위해 애쓰고 그것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과 그냥 눈 딱 감고 먹는 것 그 둘 중 과연 어느 게 몸에 더 해로울까? 이런 내 생각도 지금까지 습관된 것 때문에 자꾸 내 맘이 그 쪽으로 가고 있어서 이러는건가? 시간이 조금 걸리고,힘이 들더라도 제대로 된 습관을 들이는 게 결국에는 내게 더 이로운 거겠지? 뭐 대충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된다.
바로 이때,잠깐의 고통을 참고 견디면 달디단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는<고진감래>가 떠오르면서,또 다른 이야기도 기억난다. <마시멜로 이야기>! 그래! 참는 자에게 복이 온다고했으니,참아보는 거야! 너무 쉬운 건 재미 없잖아? 그러니 참고,또 참고,참아보는 거야!
이런 생각들을 하다 보면 꼭 먹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네 주변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일들도다 이런 식으로 슬기롭게 넘길 수가 있다는 걸 또 발견하게 된다. 묘하게도 오랜 만에 성당에서 부활절 미사를 드리고 온 날 이런 글을 쓴다는 것도 참 우연치고는 묘한 우연 같아 보인다.
첫댓글 저는 이글이 처음에는 청이님께서 쓰신 글인가 했는데,
상황상 안맞는것 같아 조금 이상하다 했더니
'이린 밤비"란분께서 14년전에 쓰신 글이군요.
나이들어서 생선을 먹으면 좋은데,채식주위라니
단백질도 보충해줘야 하는데,두부만 먹어야겠네요.
아드님이 방송을 보고 나름대로 많이 깨달은것 같네요.
이글을 14년전에 쓰셨으니 지금도 그렇게
채식주의인지 궁금합니다
성인병 걱정하는 나이가 되면 몸에 좋다는 채식으로만
입에 맞으면 좋겠어요.저는 그 방송을 안봐서 모르겠지만
채식도 입에 맞게 맛있게 하면 좋겠지만 우리몸에서
원하고 또 본인이 잘적응이 되면 좋겠어요.
나이드니까 저절로 고기보다는 생선이나 계란을
나물반찬하고 먹게 되는데 고기도 가끔 먹고 싶을때가 있어요.
시어머니께서 또띠야를 만들어 주셨군요.
퀘백요리가 무엇인지 찾아봐야 겠네요.
저는 어릴때부터 먹던 한국음식이 입에 맞아요.
김치가 염분이 있어 자제해야 할텐데 김치만 있으면 밥을 먹어요.
김치 먹는 즐거움은 자제하기가 힘들것 같아요.
싱겁게 담아 겉절이식으로 참기름쳐서 먹으면 맛있어요.
글을 참 재미있게 쓰셨네요.나중에 다시 읽어보려고 합니다,
오래된 잘못된 습관들 고치는것 만큼, 식습관을 고치는것도 쉽지 않는데,
생로병사란 프로그램을 보고 바로 채식주의를 선언하고 실천하고있는 이린님의 큰 아드님,
정말 대단하고, 이린님도 대단하십니다.
14년뒤인 요즘 신체 건강은 어떠신지? 또 어떻게 사시는지?
예전에 동아 담소실에서 글을 주셨던 분들 어떻게 지내시는지 소식이 궁금하군요.
청이님, 좋은 글들 찾아서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