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얼음이 얼기 전,
나는 작년과 같이
버섯장으로 향한다.
스프링클러에 고인 물을 빼놔야
겨울에 터지지 않고
내년 봄부터 다시 버섯에 물을 뿌려줄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영도는 재작년에 갑자기 아픈 바람에
물 빼주는 걸 잊어 물통이 깨졌더라고
내게 잊지말라며 일러주었다.
영도의 장례를 치르고
버섯장에 들러서는 물을 빼며 한참 울었던 기억이 난다.
늦가을, 그래도 따스했던 날씨 덕분에
버섯은 다시 또 자라 있었다.
오늘 점심으로는
엄마에게 버섯덮밥을 해드려야겠구나 생각했다.
엄마를 위해 영도가 지어놓은 버섯장이니
맛있게 요리해서 엄마에게
드리라고 그리 해놨나 싶어
버섯을 딸 때마다
밥상에 올리곤 한다.
냉장고 문짝에 약병 하나가 보인다.
영도의 친한 선배형이
작년 영도를 찾아왔을때
한창 구충제가 효과있다는 얘기가 떠돌던 시기여서
어렵게 구한 구충제와 그랑페롤을
사들고 온 것이다.
그러나 영도는 구충제를 복용하지 않았다.
상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얘기에 겁많은 녀석이라
더 신중했을 것으로 안다.
병을 열어보니 영양제도 한 두알 밖에 안 먹었다.
너는 고스란히
내가 해주던 밥상만 먹고 갔구나.
그리 일찍 갈줄 알았으면
미니케잌이라도 하나
먹어보라고 사올걸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