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어둔 창문으로 기분 좋은 바람이 들어옵니다. 뜨겁게 잡아먹을 듯 달려들던 무시무시한 더위를 지나 선잠 자던 새벽녘에 이불을 찾아 어깨를 감싸는 계절이 되었습니다. 아직도 낮에는 여름인지 가을인지 알 수 없게 뜨겁지만 그늘로 숨으면 한결 나아져서 이 정도 숨 돌릴만한 것으로도 감사가 절로 나옵니다. 저절로 주어지는 계절에 또 한 번 감탄하며 두 손을 모아 치열했던 여름을 보내며 감사기도를 드립니다. 가을바람의 달콤함을 기다리며 여름 뙤약볕을 견디듯 우리에게 주어진 많은 것들이 순조롭게 오지 않더라도 때가 되면 감사를 전할 수 있는 달디단 결실과 통찰을 우리에게 허락해 주옵소서.
친정 부모님의 이혼으로 상처받은 친구가 집안에 큰일을 지나다 보니 모두 내 마음과 갖지 않은 것이 식구들 하나하나에게 모두 서운하다며 서글픈 마음을 토로하였습니다. 가족들 일에 늘 발 벗고 나서던 자신의 선한 마음이 다른 가족들에게 너무 익숙해 져서 이제는 당연한 일이 되고, 또 누가 그렇게 하라더냐 라는 말까지 듣게 되니 마음을 다스리기 어려웠다고도 합니다. 이제 마음을 온전히 다 쓰며 정성을 들이지 않겠노라 선언하듯 말하며 자기가 너무 과했다며 지금은 자기 마음을 돌 볼 때라고 말을 맺는 친구의 침통한 얼굴이 가슴에 저릿하게 와 닿았습니다.
온전한 마음으로 서로 닿아 있는 줄 알았는데 상대는 받고 나는 주기만 하는 역기능적인 관계임을 알아차린 후에도 자기 안에서 성찰하고 자신의 심연으로 돌아올 수 있는 성숙함과 지혜를 주시옵소서. 우리 모두 하나하나 소중하고 극박한 개인사 안에서도 서로 선한 영향력을 주고받으며, 건너 온 마음이 상대의 정성이 함께하는 것임을 잊지 않게 하시고, 무엇보다 그 안에서 내 마음을 돌보는 것을 소홀하지 않게 하소서. 우리를 돌보아주실 손길이 아무도 모르는 우리의 작은 마음 구석까지도 닿을 것을 믿사오며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