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때
낙옆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안도현, '가을 엽서' 전문, 윤동주 외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시>에서)
안도현의 시는 읽기에 참 편안하다.
이 작품에서 가을 엽서는 아마도 낙엽을 뜻하는 것일게다.
지금과 같은 가을이 되면 길거리에는 나뭇잎들을 떨구는 나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누구는 그것을 보고 낭만을 떠올리겠으나, 또 다른 누군가는 그것을 치울 사람의 수고로움을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인은 떨어지는 나뭇잎에서 낮은 곳으로 향하는 속성을 발견한다.
생각해 보면 나뭇잎을 떨굼으로써 나무는 겨울을 나고, 그 나뭇잎들은 다시 다른 식물들을 위한 거름이 되는 것이다.
아무런 보답 없이 세상에 떨궈지는 나뭇잎들을 통해 시인은 낮은 곳으로 향하는 사랑의 속성과 연결시킨다.
하여 시인은 그대에게 무엇을 나눠주고 싶다고 말하고, 아마도 그것은 나뭇잎을 닮은 사랑일 것이다.
사람들은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 하지만, 그것은 본래 확인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생각된다.
다만 확인했다고 착각할 뿐인 것이다.
비록 '가진 게 너무 없'는 시인일지라도, 얼마든지 사랑을 나눠줄 수 있을 것이다.
눈으로 또는 물질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만 사랑이라고 믿는 사람들에게 시인은 사랑의 본질을 전해주고 잇ㅍ었던 것은 아닐까?
지금 이 글을 읽는 자신에게 물어보자.
과연 나는 사랑을 어떻게 믿고 있는가를...(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