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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메이지 이후의 일본’이라는 부제로, 재일 한국인으로 일본에서 살아온 저자가 접한 근대 일본의 사상적 연원과 현실의 문제를 진단하는 내용이라 하겠다. 오늘날 우리가 목도하고 있듯이 작금의 일본 주류 사회는 극우적 시각을 지닌 정치인들이 일본의 영광을 부르짖으며, 메이지유신(1868)의 정신을 일방적으로 추숭하는 경향을 보인다. 저자는 메이지유신으로부터 150주년이 되는 2018년 즈음, 그들의 사상적 연원으로 일컫는 메이지 유신의 실체와 의미를 규정하는 것으로부터 논의를 시작한다. 이미 일본의 문인인 나쓰메 소세키가 적절하게 지적했듯 메이지유신은 무력을 앞세운 힘의 논리가 지배하던 시대의 산물로, 그것이 일본의 정신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명백하다.
주목할 점은 일본을 군국주의로 다시 재무장하자고 주장하는 현직 총리 아베의 조상이 바로 메이지의 주역 가운데 한 사람인 기시 노부스케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것을 그대로 한국으로 들여와 이른바 ‘10월 유신’을 시도하며 독재를 자행했던 자가 바로 박정희이다. 일제 강점기 말엽에 일본의 만주국 장교로 근무하면서, 다카키 마사오로 창씨개명을 한 박정희가 일왕을 위한 혈서를 썼다는 사실은 이미 당시의 신문기사로 증명되고 있다.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이미 용도 폐기된 ‘유신’의 영광을 회상하며, 군국주의로 향하는 현재의 일본의 모습을 ‘떠오른 국가’라고 저자는 규정하고 있다. 반면에 그들의 욕망에 희생된 ‘버려진 국민’의 모습을 일본 곳곳을 답사하면서, 그 실체를 보고하는 것이 바로 이 책의 내용이다.
즉 이 책은 메이지를 사표로 삼는 현대 일본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분석하여, 그 실상을 드러내는 내용이라고 하겠다. 이른바 ‘일등국가’를 향해 달려가는 일본 주류 사회의 모습이 잘 드러나고 있으며, 그 이면에는 국가로부터 ‘버려진 국민’들이 있다는 것을 적시하고 있다. 한때 ‘경제적 동물’이라는 평가와 함께 경제 성장의 모범처럼 비춰지던 일본이 이제는 더 이상의 성장 동력을 잃고 정체되어 가는 원인을 냉철하게 짚어보고 있다. 재일 한국인으로 일본에서 살아오면서 겪은 차별과 냉대를 절감하고 있기에, 저자가 일본의 근대를 상징하는 지역들을 답사하면서 ‘버려진 국민’들의 형상과 그 원인들에 대해 직시할 수 있었을 것이라 여겨진다.
저자는 일본 열도의 남서쪽 끝에 있는 일명 군함도라 불리는 하시마 섬으로부터 동북쪽 끝의 홋카이도 노스케 반도에 이르기까지 일본 전역을 직접 답사하면서 여러 장소와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하시마 섬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면서, 징용으로 고통을 겪었던 한국인 노동자들의 현실을 그대로 적시해야 한다는 조건이 제시되었다. 하지만 최근 기념관(정보센터)을 개관하면서, 그로 인한 경제적 성과만을 강조하고 당시 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을 누락시켰다고 한다.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항의와 문화유산 등재의 부당성을 드러내는 활동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 여겨진다. 이처럼 근대를 이끄는 과정에서의 명과 암 가운데 밝음만을 드러내고자 하는 일본 주류 사회의 정신적 편향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바로 이러한 인식이 역사 왜곡을 낳는 근본 원인이라 할 수 있으며, 나아가 일본중심주의를 일방적으로 추수하여 그에 동조하는 국내의 ‘신친일파’들 역시 그와 유사한 사고를 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저자에 의하면 2차대전의 패망 이후에 일본에서는 ‘평화국가의 기치를 내걸고 개인의 인권과 함께 인간다운 문화생활을 보장하겠다고 주장했’으나, ‘하지만 실제로 마주한 일본은 마치 국가를 위하여 국민이 존재하는 것처럼 도착된 상태’였다고 진단한다. 그리하여 작금의 현실은 ‘국민 없는 국가주의만 팽창’한 것이라고 진단한다. 전체 14개의 항목으로 나누어, 근대의 부산물이었던 탄광과 한때 미래의 에너지로 각광을 받았던 원자력 시설들, 그리고 지진과 폭발 사고 등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상처를 안고 버려진 국민들을 찾아나서는 길에 독자들은 저자와 함께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벼랑 끝에 선 농업’의 현장을 답사하고, ‘글로벌(G)과 ’로컬(L)’로 나뉘어 점차 그 존재 기반을 잃어가는 대학의 모습을 조명하기도 한다. 농업과 교육이 경제적인 가치만을 쫓는 현상은 어쩌면 한국의 미래를 예견하는 묵시록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대지진 이후 ‘부흥’을 외치며 관 주도의 사업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정작 그로 인해 고통 받는 ‘버려진 국민’들을 찾아 마음을 나누기도 한다. 이밖에도 지식인들의 양성소로 평가받는 ‘마쓰시타 정경숙’을 찾아 점차로 세습화되는 일본 정치의 현실을 진단하고, 최초의 공해병으로 알려진 ‘미나마타병’의 현장을 찾아 분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저자 자신처럼 재일 한국인들을 지칭하는 ‘자이니치(在日)’에 대한 일본의 차별적인 인식을 들여다 보기도 한다. 이 책은 이처럼 일본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찾아서 분석하고 진단하는 내용으로, 비판적 지식인으로서 저자의 날카로운 현실 인식과 냉철한 분석이 돋보인다고 하겠다. 이 책을 읽다 보면, 활력을 잃고 과거의 영광만을 부르짖는 이들의 결말이 그려지는 듯하다. 최근 한일 갈등과 군함도로 대표되는 역사왜곡의 뿌리가 결국 ‘메이지유신’을 내세우는 그들의 정신세계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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