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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하듯이 ‘덕후’라는 말은 일본어 ‘오타쿠’라는 말에서 파생된 단어로, 흔히 어떤 분야에 몰두해 전문가 이상의 열정과 흥미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이 책은 모두 8명의 ‘덕후’에 대한 보고서라 할 수 있는데, 자신을 ‘밥상머리교육으로 덕질을 하게’ 되었다는 저자가 또다른 ‘덕후’들에게 흥미를 느껴 인터뷰를 시작한 것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한다. 서문(시작)을 비롯한 곳곳에서 저자 자신의 ‘덕후 기질’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이 책에 소개된 인물들의 열정과 특정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 그리고 실천력에 대해 경의를 표하고 있다. 아마도 자신과 비슷하다고 느꼈던 일종의 동질감이 이 책에 소개된 인물들에 대한 저자의 관심과 애정의 원동력이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버는 8인의 성공기’라는 부제가 말해 주듯, 이 책에 소개된 인물들은 현재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그것을 자신의 직업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 공통적인 특징이다. 대학원 시절 우연히 맥주회사를 방문한 기회를 살려 수제 맥주 제작에 나서게 되었다는 박상재 부루구루컴퍼니 대표를 소개하는 단어는 바로 ‘맥주 덕후’이다. 나 역시 술을 좋아하다 보니, 맨 처음에 소개된 그의 이력과 열정에 대해서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짧고 굵은 몰입으로 최고를 빚다’는 소개말처럼, 수제맥주에 대한 그의 열정은 대단하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는 자신을 사업가라고 생각하지 않고, 앞으로도 자신이 좋아하는 ‘덕질을 더 해볼 생각’이라고 말하고 있다. 현재는 발효차인 콤푸차 개발에 뛰어들었다고 하는데, 조만간 그가 개발한 차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두 번째 소개된 인물은 교향악단 지휘자로 게임음악과 접목해 음악활동을 하고 있는 ‘게임 덕후’ 진솔 플래직 대표이다. 음악가였던 부모의 재능을 물려받은 그는 엄격한 가정 환경과 학교에서의 ‘왕따’를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게임에 빠져들게 되었다고 한다. 뒤늦게 지휘를 시작하여 게임음악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 수 있었던 것도 결국 이러한 ‘게임 덕질’에 기반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 소개된 인물은 언젠가 TV 프로그램에 소개되기도 했던 ‘종이비행기 덕후’ 이정우 위플레이 대표이다. 어린 시절 누구나 가지고 놀지만 커가면서 점차 멀어지는 종이비행기에 대한 그의 열정은, 마침내 그것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을 만큼 대단하다고 여겨진다.
공룡에 빠져들어 공룡복원가로 성장한 ‘공룡 덕후’ 김진겸 비타민상상력 대표, 남성으로서 처음 커플매니저로 활동하면서 최초의 연애코치를 직업으로 삼은 ‘연애 덕후’ 이명길 미팅파스 브라더스 대표의 이력도 흥미로웠다. 어린 시절부터 가지고 놀았던 RC 레이싱에서 우승한 경력을 바탕으로,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드론에 뛰어들어 ‘드론 덕후’라고 명명된 김민환 선수도 소개되어 있다. 특히 그는 아직 16세에 불과하지만, 세계적인 대회에 출전해 우승한 경력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현재 선수로 활약하면서 드론 개발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언젠가는 그의 이름을 단 제품이 출시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고전문학을 전공하는 나에게 ‘민요 덕후’로 소개된 이희문컴퍼니의 대표인 이희문은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다. 아직 그의 무대를 본 적은 없지만, 이희문은 민요 명창의 아들로 태어나 뒤늦게 민요의 세계에 뛰어들어 기존의 민요와는 전혀 다른 세계를 개발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던 민해경과 마돈나의 무대에서 영감을 받아 민요를 기반으로 전혀 새로운 무대를 꾸민다고 하니, 유투브를 통해 ‘조선의 아이돌’이란 별명에 얼마나 어울리는지 한번 확인해 볼 생각이다. 마지막 ‘악기 덕후’로 소개된 구자홍 비노스트링 대표의 이력은 그야말로 인간 승리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장애를 이기고 우연히 마주친 악기 만드는 장인을 통해, 연주자에서 악기 제작자로 나선 그의 앞날에 희망이 가득하기를 기대해 본다.
나로서는 여기에 소개된 인물들을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아마도 그들이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적지 않은 어려움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덕후’가 되기 위해서는 그러한 어려움을 스스로 극복해나가는 태도가 필요할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그것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들을 통해 진정한 ‘덕후’의 자세를 배울 수 있으며, 나 역시 내가 좋아하며 하는 일들에 대해 최선을 다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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