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DMZ’라 불리는 "북악산 산책길"
가재가 물에서 물장구를 치는 다리라는 뜻의 ‘수고해 다리’
북악산 북쪽에 있다는 비무장 지대(DMZ) 가 보았어요?.
“말도 안돼!. 서울에 무슨 DMZ가 있어요?.”
지난 주 인왕산 성곽길 탐방 때 D 산악회 회원들이 점심 식사를 하면서 주고받던 대화 내용이다.
정말 서울에 비무장지대가 있는 것일까?.
그날 산우(山友)들의 대화는 기자의 탐방 호기심을 자극 하기에는 충분했다.
이에 앞서 4월 어느 날 기자는 시민청의 서울책방 (☞ 서점이야?. 도서관이야?. 확 바뀐 서울책방)에서 ‘서울 테마 산책길 1’이란 책 한 권을 샀었다.
서울시가 시민들을 위해 이야기가 있는 산책길 40개를 추천한 책이다.
숲이 좋은 길(17개), 전망이 좋은 길(10개), 계곡이 좋은 길(2개), 역사문화길(11개), 등의 유용한 탐방 정보가 실려 있다.
“혹시 이 중에 비무장지대가 있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으로 다시 책을 보다가, 서울 속 DMZ ‘북악하늘길(이하 하늘길)’ 을 찾아냈다.
지난주 산악회 회원들이 말하던 그 장소말이다. 기자는 직접 탐방에 나섰다.
하늘 전망대에서 탐방객이 탁 트인 조망을 즐기고 있다.
지하철 3호선 안국역 2번 출구에서 마을버스(종로 02번)를 갈아타면 한양 도성길 북악코스의 출발점 ‘와룡공원’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성곽길을 따라 10여분 올라가면 ‘말 바위 쉼터’을 만난다. 여기가 바로 ‘북악 하늘길 제 1 산책로’의 시작점이다.
오늘은 성북천 발원지~수고해(水鼓蟹)다리~서· 남마루~솔바람교~호경암~하늘전망대~북카페~하늘교 등 제 1~3 산책로와 형제봉 오름길까지 약 11km의 ‘하늘길’이 탐방 목표이다.
‘북악 하늘길’이란 ‘제1, 2, 3 산책로와 북악스카이웨이, 형제봉오름길’ 등 5개 코스가 얼기설기 엮어진 북악산 뒤편의 전망 좋은 테마길을 말한다.
과거 군사 작전용 계단길을 따라 탐방객이 산책하고 있다.
이 지역은 최근까지도 ‘걸을 수 없는 길’로 봉인된 ‘군사 통제구역’이었다.
1968년 1월 북한 특수부대 소속 김 신조 외 30명의 무장공비가 청와대를 습격하기 위해 이용하여 일명 ‘김 신조 루트’라고도 불린다.
지난 41년 동안 시민들의 접근이 엄격히 통제된 특수지역에서 걷기 좋은 산책길로 되돌아온 것이다.
천혜의 자연이 그대로 살아있는 생태계는 전방의 DMZ와 비견해도 손색이 없다.
또 과거 군인들이 사용했던 작전용 계단길과 진지, 50여발의 탄흔(彈痕)이 박힌 ‘호경암’에서는 아직도 전장(戰場)의 포연(砲煙)이 남아있는 듯했다. 이 때문에 ‘서울 속 비무장지대’라 부르는 것 같다.
남마루로 오르는 산책로에 설치된 쉼터에서 쉬고 있는 모녀 모습이 정겹다.
꼬불꼬불 오르락내리락 이어진 탐방로는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아찔한 맛을 내다가도, 중간 중간 하늘이 열리면 환상적인 서울의 조망을 펼쳐놓는다.
울창한 숲 속의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는 귀를 맑게 하고, 짙푸른 연록색의 수풀은 탐방객의 눈이 시원하게 한다.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아카시아, 이팝나무 꽃에서는 향수병을 엎질러 놓은 듯 꽃향내가 두텁다.
성북천 발원지, 마루(하늘마루, 숲속마루, 동·서·남마루), 정자(북악정, 모아정), 다리(하늘교, 솔바람교)와 북카페 그리고 곳곳에 서 있는 시(詩) 간판과 수목을 설명하는 입간판은 탐방의 피곤함을 한방에 날려 보낸다.
시인 박 목월 선생의 시를 적은 시(詩)간판 모습, 곳곳이 이런 시들이 설치되어 있다.
2004년 “군사 통제구역을 시민을 위한 산책로를 만들자”며 서울시에 제안한 사람은 당시 ‘Invest Korea 단장’으로서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활동을 하고 있던 영국인 ‘앨런 팀블릭(Alan Timblick, 73세)’이었다.
서울시에서는 이 제안을 받아들여 2005년부터 공사를 시작했다.
말 바위쉼터~북악 팔각정에 이르는 제 1 산책로는 그해 8월에, 성북천 발원지~하늘교의 제 2 산책로는 2007년 4월, 그리고 북카페~숲속 다리까지의 마지막 제 3 산책로가 차례로 완공되어 2010년 2월 27일 온전히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산악회 리더가 1. 21사태 당시 교전으로 50발의 탄흔이 남아있는 `호경암`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호경암’에 박힌 탄흔에 대한 설명을 하던 S산악회 안 호경(가명, 61세) 산행 대장은 “북악산에 DMZ가 있다는 소문 듣고 회원들과 처음 왔는데, DMZ 같은 울창한 숲이 서울 한복판에 있다고는 상상 못했다.
마치 설악산이나 지리산에 온 것 같다”며 만족감을 표현했다.
정릉동에 산다는 모녀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 오솔길을 걷는 호젓함을 느낄 수 있어서 딸과 함께 자주 찾는다”고 하면서, 쉼터 ‘서마루’에서 서울의 조망을 즐기고 있었다.
`여래사`에서는 이준 열사 등 순국선열 373명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굳이 멀리 가지 않고도 자연이 선사하는 아름다움을 느끼면서 호국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테마길이 서울에 있다는 건 행운이다.
혼자서도 좋고 여럿이면 더 좋다. 도심 속에 숨어있는 비무장지대 같은 ‘북악하늘길’, 특별히 호국의 달 6월에 추천 하고픈 서울의 테마길이다.
이준 열사 등 373명의 순국 선열의 위패가 모셔진 호국사찰 ‘여래사’까지 볼 수 있는 건 또 하나의 덤이다.
= 옮겨온 글 =
漢陽 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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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카페에서 도심 속 DMZ라 불리는 북한산 산책길 코스를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