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은 에메랄드 빛을 낳는다>
얼마 전 재완집사님 계신 제주에 다녀왔습니다. 어딜 가나 비가 내려 운치가 있었습니다. 오빠가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제주은행 간판이 보일까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첫날 도착한 함덕해수욕장은 이태리 지중해 같았습니다.
다크서클처럼 흐린 서해안 바다를 연상했다가 맑고 투명한 에메랄드 빛에 탄성이 절로 나왔습니다. 반팔과 청바지를 입은 채 뛰어들었습니다. 이튿날은 김령해수욕장을 갔고 다음날은 곽지해수욕장을 갔습니다. 첫 날 본 옥빛 바다의 느낌이 덜해 아쉬웠습니다.
여행 마지막 날, 3일 동안 쉬지 않고 내린 비가 그쳤습니다. 높고 푸른 제주의 가을 하늘에 신이 났습니다. 첫날 간 함덕 해수욕장을 다시 갔습니다. 날씨가 좋으니 얼마나 에메랄드빛이 아름다울까 설레였습니다. 그러나 강렬한 태양빛에 진청록색의 바다는 조금 평범해 보였습니다. 그것도 좋아 또 뛰어 들어 파도를 탔습니다.
집에 돌아와 한동안 에메랄드 빛 바다가 떠올랐습니다. 어째서 맑은 날은 짙은 색이고 흐린 날은 더 맑은 빛일까? 연약해야 드러나는 화려함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날을 돌이켜 보니 좋은 날보다 흐린 날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럴 때마다 웅크린채 눈을 감고 훌훌 털고 일어날 기운을 놓쳤던 것 같습니다.
힘들수록 찬란한 빛을 주시고, 어두울수록 화사함을 발하시는 하나님, 흐린 날, 맑은 날 골라내지 않고, 추하다 아름답다 분별하지 않으며 당신이 주시는 온전함임을 기억하겠나이다.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렸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