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안녕하세요. 저는 대전서 온 아무개입니다.
[스님] 뭐 하세요?
[대중] 저는 약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스님] 약사 하세요? 무슨 약이 제일 좋아요?
[대중] 간단하게 조제할 수 있는 감기약을 제일 좋아합니다.
[스님] 번뇌망상을 없애주는 약은 없는가? 번뇌망상 없애주는 약, 그거 개발하시오.
[대중] 네 알겠습니다.
[스님] 어떻게 해야 그걸 개발하지요? 번뇌망상 없애주는 약을?
[대중] 제가 아직 배움이 부족해서...
[스님] 우리 거사님, 보살님! 번뇌망상 없애주는 약이 어떤 겁니까?
[대중] 이뭣고입니다.
[스님] 그렇지. 이뭣고, 판치생모...
이 우주의 존재하는 모든 중생들이 고뇌하고 있는 고통이 뭐냐?
번뇌망상. 중생들이 고통을 앓고 있는 병은 번뇌망상이다. 가만히 앉아있어 보면, 자기 내면세계 안에서 복잡한 생각이 봄날에 아지랑이가 와글와글 일어나듯이 자기 세계에서 막 일어나잖아?
복잡한 생각 그것이 뭐냐 하면, 태풍이 불어서 파도가 일렁거리면 달, 별, 하늘이나 구름이 비치는 게 없어져요. 태풍이 심하면 많은 사람들이 거기서 많은 피해를 받는다.
그러면, 내 정신세계에서 와글와글 많은 생각이 일어나는 걸 잡된 생각의 번뇌망상의 파도라고 한다.
우리나라 안에서 극한의 데모나 소란이 일어나면 불안하잖아. 고요하고 조용하면 안 불안하잖아요.
그러니까 내 마음의 정신세계에서 복잡한 생각이 일어나면, 도심에서 소요사태가 일어나듯이 내 정신세계에서 번뇌망상의 소요사태가 일어난 거라. 바깥 사람들이 데모하고 소요사태 나는 건 바깥의 모양이고, 안으로 인간마다 내면세계에서 시끄러움이 일어나는 걸 마음의 번뇌망상의 소요사태라고 그래요. 전쟁이 일어났다, 극한 투쟁의 데모가 일어났다 그러면 내 마음이 불안하잖아?
우리 인간의 마음에 불안한 이 요소는 돈이 많아도 괴롭고 불안하고, 벼슬이 높아도 불안하고 괴롭고, 옛날에 텔레비전, 핸드폰 없던 시대에 농사 겨우 지어서 밥을 배불리 못 먹고 허덕거릴 때 괴로운 거나, 지금 잔뜩 먹고 지내는 생활이 풍족한 시대나, 그 괴로움은 계속 가지고 있어.
그래서 우리들이 이 세상 살아가는 현실에서, 옛날에 못 살 때도 부모가 자식을 죽이고, 자식이 부모 죽이고, 형제간에도 죽이고, 문 닫고 자살해서 가족이 죽는 것도 그때나 지금이나 계속 이어지고 있어. 그렇지? 이 괴로움이 안 없어진다니까. 이 괴로움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 괴로움을 해결하는 약은 무엇인가?
우리 불교에서 부처님으로부터 내려오는 역대 조사들은 그 괴로움의 병을 치료해서 없애치우는 처방약을 내놨다. 처방약이 뭐냐?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마른 똥막대기다."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부처는 거룩하고 청정하고 무애자재하시고, 무소부재라 있지 않은 곳이 없이 우주에 꽉 차 계시고, 무소불능이라 능하지 않는 것이 없고, 무소부지라 알지 않은 것 없이 다 아시고, 일체 모든 걸 다 구족해 가지고 계시는 전지전능한 이런 분이 부처님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잖아?
그런데, 부처님이 그런 분이라고 대답을 하면, 대답한 그 사람이 소요사태의 마음의 괴로움이 없어졌겠어 있겠어? 그렇게 대답했다 하더라도 그 사람 마음이 영원히 편안한 건 아니잖아?
불교에 대해 이론적으로 알아듣기 쉽게끔 얘기를 잘 해줬다 하자. 그러면 과연 그 얘기를 들은 사람이 그 마음의 번뇌망상의 괴로움이 싹 없어질까 무슨 신통한 약을 먹은 듯이? 안 없어지지.
그런데, 그게 신통하게 싹 없어지는 처방약이 있다. 그게 뭐겠어?
그게 '무엇인고?' 이 말이야. 그게 비방약이라. 무엇인고에는 일체 어떤 것도 이론과 생각이 붙을 수가 없어. 딱 끊어져. 그게 싹 해결이 되는 거야. 일체 모든 번뇌망상 잡된 생각이 말할 것 없이 싹 다 무너지는 거라.
예를 들어서 "어떤 것이 서쪽에서 조사가 온 뜻입니까?" 그러면 "뜰 앞에 잣나무라." 이러거나, "네 입술은 붉구나." 이랬거든.
그게 단박에 우리 마음의 소요사태가 일어난 번뇌망상의 잡된 생각, 일체 고통의 병을 싹 없애주는 한마디라. 최고의 비방약이라.
또, 아가씨 보고 "너는 뭐냐?" 이럴 때 뭐라 하겠어?
[대중] 제가 어제부터 그거에 대해 고민을 좀 많이 했는데 못 찾았습니다.
[스님] 못 찾았지? 깊이 고민해 들어가 보니까 그렇지? 고민해 들어가면 마구 잡된 생각이 많이 일어나지? 일어나는 그거를 본인이 앉아서 확인을 해봤잖아. 자기 내면세계에 복잡한 소요사태가 일어난 걸 봤잖아.
나의 세계, 내 마음의 세계에 이렇게 불안한 사태가 일어나고 있구나. 그것이 있어가지고 우리가 불행한 거라. 행복은 편하고 괴로움이 없다는 거고, 불행은 불안한 고통이 많다는 거다. 근본적으로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돼? 나한테 있는 잡된 번뇌망상의 그 무서운 도적을 없애 치워야 되는데, 없애 치우려면 어떻게 해야 되냐?
나는 뭔가 하고 날 들여다 보라. 나는 어떤 물건인가? 본래부터 내가 괴로운 물건인가, 안 그러면 나는 본래부터 편안한 물건인가? 이게 어떤 물건인가 하고 깊이깊이 나를 추구해서 들어가면 거기에서 번뇌망상 잡된 생각이 없어져요. 왜 없어질까요? 집중하는 일념, 독서삼매란 말 들어봤어요? 재밌는 책을 보면 거기 빠져서 시간 가는 걸 모르고 점심 먹는 것도 잊어버리고 저녁 밥 할 생각도 잊어버린다. 한 곳에 깊이 빠져 들어가 버리면 시간을 초월한다. 그래서 나는 무엇일까 하고 깊이 참구해 가는 일념이 집중해 들어가다 보면 하루가 가는 걸 모를 때가 있다. 굉장한 거야. 일념이 깊어진 속에 들어갔기 때문에 바깥으로 하루를 서 있어도 괴롭고 피곤하고 아픈 걸 싹 잊어버리고 모른다. 거기에 일체 번뇌망상도 다 없어진다. 그게 약이라.
우리가 감기약을 먹으면 몸 속에 약이 골고루 퍼져가지고, 거기서 약 기운이 밖으로 드러나서 나쁜 기운을 쫓아내는 것과 같이, 무엇인고를 자꾸자꾸 하면 약을 먹으면 감기가 낫듯이 우리의 번뇌망상, 잡된 생각, 불안한 마음 이런 것이 싹 청산돼서 없어진다.
무엇인고 하는 집중하는 그게 약을 먹는 거라. 달마 스님이 9년간의 벽을 보고 가만히 있었다는 것이 딴 게 아니고 무엇인가 그걸 한 거예요.
그게 우리 인생을 행복하고 영원히 만족하게 만들어주는 비방약이라. 오늘 비방약을 하나 들었지? 뭐라고 했어요?
[대중] 무엇인가?
[스님] 그렇지. 나는 무엇인가 이게 약이라.
내가 뭔지 알아봐야 돼요. 이걸 깊이 깊이 알아보라고. 자꾸 깊이 파고 들어가고 깊이 파고 들어가고, 무엇인가 하고 들어가다 보면, 거기에 생각이 하나로 집중해서 빠지면, 그만 한 시간 두 시간이 싹 가는 걸 몰라요. 근데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맹탕으로 맹숭하게 앉아있으려면 팔다리 아프고 지겹고 천불이 나지. 그러니까 그런 것이 싹 무너져서 없어져 잊어버렸다 이거야. 그거 내가 무엇인가에 집중해서 일념이 빠졌다는 거다.
아주 중요한 그 약을 먹어야 돼. 안 먹으면 안 돼요 그렇지? 열심히 해요.
약 팔면 오는 사람들한테 그 약 가르쳐 줘. 최고 약이라고. 마음이 불안하고 복잡하고 번뇌망상이 많고 신경질 팍팍 부리면서 약을 먹어봐야 효과가 안 나와요. 그래요 안 그래요?
[대중] 그렇습니다.
[스님] 오늘 이거 대화가 조금 되긴 되는구나. 마음이 편안해야 약발이 잘 받아. 그렇잖아?
"내 약을 빨리 먹고 나으려면 좋은 약이 또 하나 있소. 내가 무엇인지 알아보세요. 이 약을 먹으면 약이 빨리 영험이 나타나서 빨리 낫습니다." 그렇게 알겠지? 그게 중요한 거라.
('23.1.01 학산 대원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