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이나 청취의 의도 없이 설치된 차량 블랙박스에 우연히 타인 간 대화내용이 녹음돼 해당 파일을 청취했다면, 통신비밀보호법에서 금지하는 녹음 및 타인 간의 대화 청취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가사2부(재판장 김시철 부장판사, 강상욱·송미경 고법판사)는 지난달 8일 A 씨가 B 씨를 상대로 제기한 이혼 등 사건에서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A 씨는 자신의 배우자 B 씨의 차량 블랙박스 파일을 통해 B 씨가 C 씨 등과 부정행위를 한 사실을 확인하고 C 씨 등에게 위자료를 청구했다. 재판에서 C 씨는 "A 씨가 블랙박스 기기를 이용해 몰래 녹음한 내용을 녹취한 것으로서 동의 없이 타인 간 대화를 녹음한 것에 해당하므로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는 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않고 우편물의 검열·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을 하거나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14조 제1항에서는 누구든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해 청취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통신비밀보호법에서 보호하는 타인 간의 대화는 원칙적으로 현장에 있는 당사자들이 육성으로 말을 주고받는 의사소통행위를 가리키고, 사람의 육성이 아닌 사물에서 발생하는 음향은 대화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녹음'이나 '청취'가 금지되는 '대화'는 의사소통행위의 현재성 및 현장성을 전제로 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처음부터 녹음이나 청취의 의도 없이 일반적인 증거수집 목적으로 설치된 녹음기능이 부가된 영상기록장치인 블랙박스에 우연히 타인 간의 대화내용이 녹음된 경우 그 녹음파일을 청취하거나 녹취록을 작성하는 행위가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와 제14조 제1항에서 금지하는 '녹음' 및 '타인 간의 대화 청취'에 포섭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법률신문 뉴스]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녹음파일 또는 녹취록은 형사사건에서 증거가 되지 않음은 물론, 민사소송이나 가사소송에서도 더 이상 증거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환경이 되고 있습니다. 가정 내에서 도청, 배우자의 휴대폰 불법 열람, 복사, 촬영 등도 더 이상 이혼소송에서 부정행위의 증거가 되기 어렵습니다.
본건은 도청 용도가 아닌 사고시 증거수집의 목적으로 설치된 블랙박스에 우연히 타인간 대화가 녹음된 경우 이를 녹취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위반이 아니며, 따라서 가사사건에서 부정행위의 증거가 될 수 있다는 판결입니다. 같은 논리라면, 배우자의 휴대폰을 합법적으로 입수하고 그 속에서 부정행위의 증거를 입수한 것은 위법이 아니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배우자의 휴대폰에 녹음, 녹화된 것은 배우자가 자의로 한 것이고, 상대방이 그 휴대폰 속에 합법적으로 저장된 녹음, 녹화를 재생하거나 녹화, 촬영한 것은 위법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즉, 처음부터 부정행위의 증거수집 목적으로 도청, 녹음, 녹화를 한 경우에만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성립되므로 그 결과물은 부정행위의 증거가 될 수 없다는 판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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