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독서광의 죽음에 대하여' 중 발췌
(前略)
문자, 인쇄술, 전자 메모리칩의 발명으로 인류는 방대한 기억의 축적이라는 보상을 받는다. 고대에는 노인들이 집단의 기억이 되었다. 종족과 가족들은 노인의 기억에 의지해서만 제가 살지 못한 시간들을 돌아볼 수 있었다. 오늘날은 책이 고대의 노인들을 대신한다. 책은 인류의 다양한 기억 저장고 노릇을 한다. 인류 문명은 그 기억들을 기반으로 번창했지만, 보르헤스의 「기억왕 푸네스」에 나오는 ‘푸네스’처럼 모든 것을 다 기억할 필요는 없다.
책이 기억할 것과 그럴 필요가 없는 것들을 선별하고 여과하는 일을 대신한다. 달리 보면 오늘의 문화란 “영원히 사라져버린 책들과 물건들의 공동묘지”인 것이다.
인터넷과 전자책 같은 새로운 매체들이 ‘종이책’들을 영원히 사라지게 만들까? 에코는 아니라고 대답한다. 플라스틱 물질, 전자공학, 핵융합, 우주항해가 가능해진 고도의 테크놀러지 시대에도 수저, 망치, 지퍼 같은 도구들에 내장된 기초적인 기능과 구성을 없애거나 새롭게 바꿀 수는 없다. 인류는 고대에서 현재까지 기억을 저장하는 방법을 고안하고, 양피지나 파피루스에서 플로피디스크, 시디롬, 하드디스크, USB 메모리 등 시대에 따라 기억을 보존하는 도구들을 만들어 썼지만, 책보다 더 나은 ‘반영구적 저장매체’를 만들 수는 없었다. 에코는 일찍이 책이 그 효용성을 이미 증명했고, 같은 용도의 물건으로서 책보다 나은 것을 내놓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그런 까닭에 인터넷의 전성시대에도 ‘완벽한 도구로서 책의 본질’과 구텐베르크의 우주‘가 사라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下略)
첫댓글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질문과 비슷하네요.ㅎㅎ
암튼 나는 사전을 펼쳐본 지 꽤나 오래됐습니다.
아쉬운대로 스마트폰에서 다 해결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