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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모은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더욱이 특정 분야를 정해서 전문적인 수집가로 나선다면, 수집품을 구하는데 적지 않은 경비가 소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행히 이 책의 저자처럼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의 적극적인 도움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때로는 가까운 가족들과의 불화가 생겨나기도 한다.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는 말이 있듯이, 일단 수집을 시작하고 일단 맘에 드는 물건이 나타나면 비용이 얼마가 들더라도 소유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경제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한도를 키지는 것도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라 하겠다.
개인적으로는 어린 시절에 우표수집에 빠져들었던 적이 있다. 아마도 친구가 가지고 있는 두툼한 우표수집 자료를 보고, 그것이 부러워 시작했었을 것이다. 한동안 우표가 새로 발매되는 날이면, 새벽부터 우체국에 가서 줄을 서서 구입을 하곤 했다. 당시에는 우표 수집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서, 학교 앞 서점이나 문방구에서도 우표를 교환하거나 매매를 했었다. 그렇게 애지중지 모았던 우표들은 아마도 돈이 궁하던 대학시절, 술값을 마련하기 위해 우표수집상에게 헐값으로 넘겼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한 기억은 한때의 추억일 뿐, 지금은 내 소임이 아니었던 것으로 치부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휴대전화를 수집하다가 사설박물관을 마련할 정도로 규모를 키웠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수집품들을 두 곳의 자치단체에 기증할 정도였다고 한다. 지금은 경기도 여주시에서 마련한 ‘여주 시립 폰박물관’의 관장으로 재직하고 있는데, 아마도 박물관에 소장된 대부분의 자료들은 저자에 의해 수집된 것이라 여겨진다. ‘휴대전화 컬렉터가 세계 유일의 폰박물관을 만들기까지’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그러한 저자의 수집 과정은 물론, 그 기간 동안 일어났던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소개되어 있다. 저자는 ‘수집가의 안목이 역사가 된다’는 말을 굳게 신뢰하면서, 자신의 폰에 대한 안목과 그 결과물이 이뤄낸 ‘폰박물관’이라는 성과에 대해서 책의 곳곳에서 자부심을 드러내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저자가 공학도가 아닌, 국문학을 전공해 기자 생활을 했던 인물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그의 저술 목록에는 나비박사로 알려진 <석주명 평전>이 자리를 잡고 있어, 저자의 관심 분야가 매우 다채롭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도 한국의 휴대전화 교체 주기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편이라고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휴대폰을 쓰다가 소용이 다하면 그저 버리는 물건으로 취급하고 있는데, 저자는 우연한 기회에 그렇게 버려지는 휴대폰을 모아서 박물관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가족들의 동의를 얻어 수집을 시작했으며, 그 과정에서 경제적 부담과 함께 수집을 하면서 부딪혔던 갖가지 어려운 상황들이 이 책의 곳곳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전체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목차에서 1장부터 3장에서는 각종 전화의 역사와 저자가 박물관을 만들고 기증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다. 저자는 수집을 하면서 세 가지의 원칙을 지킨다고 하는데, 그것은 먼저 ‘값을 깍지 않는다’는 것과 ‘무조건, 당장, 현금으로 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자가 ‘B600(휴대폰 기종) 원칙’이라고 칭하는 수집품의 앞뒤를 동시에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두 개 이상을 구입하는 것 등이라고 한다. 특히 두 개 이상을 구입하는 이유는 휴대폰을 단순히 진열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같은 것을 다른 주제로 다른 환경에서’ 볼 수 있도록 주제별 전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휴대폰만으로는 박물관의 인가가 쉽지 않아, 통신과 유선전화와 관련된 수집품들도 모으게 되었다는 사연들도 소개되고 있다.
후반부에 해당하는 4장부터 6장까지는 박물관 전시 유물 가운데 이동통신의 역사를 연대순으로 구성하면서, 다양한 전화기의 탄생과 그 특징 그리고 그것을 구하기까지의 과정 등에 대해서 상세하게 소개하였다. 저자가 소개하는 내용 중에는 특히 ‘최초’라는 타이틀을 붙일 수 있는 것들이 적지 않은데, 지금은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친 모 회사에서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잊힌 모델명과 사연들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지고 설명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국내에서 생산된 수출품들까지도 수집하기 위해, 해외에서까지 구입하려고 노력한 저자의 노고에 대해서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문득 그동안 사용하다가 어딘가에 방치했던 휴대폰들이 떠올랐고, 언젠가 정리를 해서 저자의 박물관에 보내야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그것이 이 책을 읽은 독자로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성의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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