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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儒家)의 경전 가운데 하나인 <주역(周易)>은 점을 쳐서 얻은 괘를 보고, 그 의미를 해석하는 내용을 담아내고 있다. ‘주역(周易)’이란 중국 고대 주(周)나라의 역이라고 해석할 수 있으며, ‘역(易)’이란 표현은 고정된 것이 아닌 변화를 의미한다. 서양에서는 이를 ‘변화에 관한 책(The Book of Changes)’이라고 번역하는데, 각각의 괘에 대한 해석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얼마든지 변화의 여지가 있음을 취한 것이라고 이해된다. 점을 쳐서 얻어지는 괘라는 뜻의 ‘점괘(占卦)’라는 표현 역시 ‘주역’에서 유래한 것이다. 주역의 괘는 양(陽)과 음(陰)을 뜻하는 각각의 효(爻)가 세 줄로 이뤄진 8가지 경우의 수가 있으며, 이러한 괘가 상단과 하단에 위치한 형태로 결합하여 최종적으로 64개의 괘로 표현된다. 하나의 괘에 6개의 효가 있기에, 64개의 괘에 대한 효는 모두 384개가 되는 셈이다. 그렇기에 '괘와 효가 상징하는 상황이란 넓게 말하면 괘가 상징하는 64개의 전체 상황이고, 좁게 말하면 효가 상징하는 384효 특수한 상황'으로 이해될 수 있다고 한다.
하나의 괘는 6개의 효로 이뤄져 있는데, 주역의 괘에 대한 해석은 물론 하나의 괘를 이루는 여섯 효에 대한 의미도 비유적인 표현으로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주역의 괘에 대한 해석은 보는 관점에 따라 얼마든지 다를 수 있으며, 유학자들은 주역의 괘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을 드러내기도 했다. 예컨대 오랫동안 주역을 연구하고 나름의 관점에서 해석했던 삼국시대 위나라의 왕필은 주역의 ‘괘상을 하나의 구체적 현실 상황으로 이해했고, 괘의 한 효(爻)를 괘가 상징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적합한 행위를 할 것인가를 드러내는 상징’이라고 여겼다고 한다. 아울러 송나라의 학자인 ‘정이천은 주역을 그 당시의 지식인들이 행하는 모든 일이 도덕에 맞는지 그리고 사회와 정치 상황에 적합한 행동인지에 대해 충고하는 문헌’으로 활용했다. 실제 하나의 괘나 그에 포함된 각각의 효에 대한 설명이 비유적인 표현으로 제시되어 있어, 해석하는 이의 관점에 따라 얼마든지 의미와 그에 대한 설명이 달라질 수 있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주역의 64괘 가운데 20개의 괘를 취하여 저자의 관점에서 4개의 항목으로 분류하고, 각 항목에 배치된 괘들을 셰익스피어와 난세(亂世) 그리고 치세(治世)와 처신(處身)이라는 주제로 풀어나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예컨대 ‘주역과 셰익스피어’라는 항목에는 ‘무망괘’를 비롯하여 5개의 괘가 배치되어 있는데, 전통적인 주역에 대한 해석에 덧붙여 저자의 관점에서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나타난 인물과 상황들을 결부시켜 설명하는 방식이다. ‘난세의 처세’라는 항목에서는 '건괘'를 비롯한 6개의 괘가 포함되어 있으며, ‘치세의 처세’에는 '이괘' 등 4개의 괘가 제시되고 ‘처신의 덕복’에서는 '정괘'를 포함하여 모두 5개의 괘를 배치하고 있다. 각각의 괘에 대한 유학자들의 전통적인 해석과 함께 저자의 설명이 덧붙여져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아울러 각 괘의 마지막 부분에는 <주역>의 원문과 해석이 제시되어 있다. 저자는 이 책을 저술하면서 ‘인간의 구체적 삶을 이해하기 위하여 도움이 되는 문헌으로 읽었던 옛 사람들의 해석에 기대어 주역을 풀’고자 했’으며, 구체적으로 해석에 참고한 이들로 정이천과 양만리 그리고 왕필과 소동파 등을 꼽고 있다.
개인적으로 대학원 다니던 시절 동학들과 함께 <주역> 원전의 강독을 시도한 바가 있었으나, 그 난해함으로 인해 중간에 포기했던 경험을 지니고 있다. 당시 각각의 괘와 효에 대한 설명이 간략하게 제시되어 있는데 반해, 그에 대한 여러 학자들의 주석이 지나치게 상세하고 그 내용 또한 각기 달라 이해하기쉽지 않았던 때문으로 기억된다. 이 책은 <주역>과 친해지기 위해 가지고 있었지만, 난해하다는 선입견에 의해 오랫동안 서가에 방치되어 있었다. 이번 기회에 읽으면서 각각의 괘에 대해 전통적인 해석과 더불어 쉽게 이해시키고자 하는 저자의 설명으로 <주역>에 대한 흥미를 일깨울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주역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자부할 정도는 아니며, 언젠가 강독을 시도해 보겠다는 정도의 의지만이 채워졌을 뿐이다. 혼자서 읽기 쉬운 책이 아니기에, 조만간 함께 강독할 수 있는 동학을 만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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