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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세 잊어버렸지만, 어린 시절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보면서 비행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던 것 같다. 실상 아이들은 자라면서 무엇이 되고 싶다는 꿈을 많이 꾸고, 새로운 관심거리가 생길 때마다 그 꿈의 내용은 바뀌기 마련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오랫동안 간직해온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마침내 원하던 것을 찾기도 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비행사 권기옥>은 어린 시절부터 꿈을 꾸던 비행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마침내 그 꿈을 이룬 인물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권기옥이 그러한 꿈을 간직한 시점이 일제 강점기였으며, 더욱이 여성의 몸으로서는 그 꿈을 이루기가 쉽지 않은 시절이었다. 국권을 빼앗기고도 누군가의 일제에 영합해 일신의 영달을 누렸지만, 뜻있는 사람들은 독립을 위한 투쟁에 나섰던 시절이 바로 일제강점기였다. 노름판을 기웃거리며 허랑하게 살아가는 아버지로 인해 기옥의 가족들은 어렵게 생활을 해야만 했다고 한다. 첫째인 언니와 남자인 동생은 다닐 수 있는 학교를 둘째이고 여자라는 이유로 보내지 않았지만, 권기옥은 공장에 다니면서도 공부를 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노력해서 교회 부설 소학교에 다닐 수 있었다.
학교에 다니면서 우연히 미국인 비행사가 조종하는 곡예비행을 보고 기옥은 비행사의 꿈을 꾸게 되었다. 평양의 숭의여학교에 진학한 후 선생님들의 영향으로 점차 사회의식이 싹트고, 3.1운동의 영향으로 일제의 적극적으로 독립운동의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다. 일제 경찰의 감시를 피해 중국으로 망명하고 독립운동을 하던 중 비행사가 되기 위해 윈난항공학교에 입학해서 마침내 비행사가 된다. 비행사가 되기까지의 험난한 과정과 중국에서 독립운동에 헌신하는 과정이 인상깊게 그려져 있다.
그 과정에서 사랑하는 이를 만나 결혼 생활을 하면서도, 독립운동의 길에 매진하게 된다. 훗날 자신과 결혼한 이가 독립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일제에 체포되어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지만, 또한 이미 결혼해서 조선에 가족이 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기도 한다. 끝내 비행기를 타고 조선총독부를 폭파하겠다는 꿈을 실현하지 못한 채, 기옥은 해방 이후 귀국길에 오른다. 당시 임시정부를 비롯한 독립운동 진영에서는 자체적으로 소유한 비행기가 없어, 중국군에 소속되어 비행기를 타야만 했던 상황이 그려지고 있다. 최초의 여성 비행사로 활약하면서 10년간 총 1,300시간 동안 비행을 했던 권기옥은 독립 이후 정계에 투신해서 공군을 창설하는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최초의 여성비행사로서 독립운동에 투신했던 권기옥의 삶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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