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제목을 보면 음식을 통해서 역사를 조망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메뉴로 본 20세기 한국 음식문화사’라는 부제를 달고 있어, 근대 이후 우리 음식문화의 변천 과정과 그 의미를 탐구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가 전통음식이라고 알고 있는 것의 상당수는 근대 혹은 현대적인 식문화 속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과거에는 외식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주막처럼 한정되어 있었기에, 대부분 가정의 일상식이나 잔치 음식 그리고 궁중음식에 국한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삼계탕을 ‘근대가 만들어낸 음식’이라고 명명하고, ‘육회비빔밥 탄생의 비밀’에 대해서 설명하기도 한다. 일제 강점기에 급속도로 성장한 요리집의 메뉴들이 어느 샌가 전통음식인 것처럼 인식되고, 이제는 전국 각지의 한정식 메뉴도 이미 퓨전요리로 구성된 지 오래되었다.
우리 사회에서 외식문화의 규모가 성장하기 시작하면서, 음식 메뉴가 서로 엇섞여 한상을 이루는 현상은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21세기의 한국 사람들이 들기는 다양한 외식 메뉴들의 근거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각종 음식과 관련된 사회적 현상의 의미를 어떻게 볼 수 있는지에 대해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