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태어나 일년간은 다른기간과는 달리
많은 변화가 있는 시기로 새생명의 태어남의 감동과 함께
그 후 일년이란 시간은 무엇과도 비교가 안될 만큼 변화무쌍했다.
엄마의 뱃속에서 처음 세상으로 나와 길고 긴 시간의
진통으로 기진맥진 된 엄마와 태어난 아기와의 만남이란
진한 모성을 눈으로 보고 느끼게 하는 인간의 본성, 바로 그것이였다.
딸의 조금 늦은 초산으로 손녀를 안아보고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시간은 쉼없이 흘러 일년이 된 첫돌을 맞았다.
리모델링으로 일년동안 자신들이 구입한 집으로 이사를 못하고
아기를 해산하고 나서야 막 태어난 아기와 세가족이 된 딸부부는
새롭게 단장한 집으로 이사를 했다.
부부가 모두 직장생활에 바쁘다 보니 외할머니와 친할머니는
가장 손쉽게 불러대는 베이비시터 대기조가 되어 일년 동안
외할머니인 나는 미대륙의 동서로 왕복을 다섯번씩 해야 했었다.
사부인은 아들네와 한시간 남짓 떨어진 곳에 살고 있어
급하면 아기를 사돈댁에 데려다 놓으면 사돈부부가 번갈아 봐주고,
그도 안되면 아예 사부인이 아들네 집으로 불려와서
며칠씩 손녀를 봐 주곤 했었다.
지난 여름엔 딸부부가 친구 결혼식에 참석하느라고
아기를 데리고 로스엔젤레스시를 방문했었다.
그 결혼식이 있던 날은 로스앤젤레스시에서 자동차로 두시간 정도
남쪽에 위치한 샌디애고에 살고 있는 손녀의 외삼촌인 우리 아들보고
딸부부가 묵고 있는 호텔로 와서 베이비시터를 해달라고 했단다.
아직 싱글인 우리 아들은 멋모르고 용감하게(?) 기꺼이 승낙을 하고는
그날 밤 베이비시터를 해줬다는데 아기가 꽤나 울며 보채서 혼났다고 한다.
암튼 주변에 가족들을 모두 동원해가며 베이비시터로 만들던 아기가
며칠 전에 첫돌을 맞았다.
애초에 딸애는 직장생활에 바쁘다 보니 손녀딸의
첫돌잔치는 거의 생각도 못하고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돌쟁이한복을 내친구가 한국에서
자신의 딸네 방문차 시애틀을 방문하던 중 샌프란시스코에서
내가 손녀의 베이비시터를 하고 있다는 소식에 나를 만나러
샌프란시스코로 친구부부가 방문하며 선물을 했다.
뜻밖에 선물로 돌쟁이 한복도 받게 되고, 사위도 한국식 첫돌잔치를
많이 궁금해 하니 돌잔치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딸애는
자신의 첫돌사진을 기억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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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딸의 첫돌상으로 상고임은 다섯개로 줄였다.테이블보는
딸이 좋아하는 색으로 뒤에 벽 장식도 비슷한 색이다.
왼쪽 상고임부터 이모지, 젤리캔디, 꽃, 라이프세이버 박하캔디,
보석으로 만드는데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시간이 좀 걸려서
끝까지 만드는데 허리가 좀 아팠었다.
손녀딸 돌잡이는 아주 흥미로왔다. 우선 장래 손녀딸의 희망직업을 운동선수,
뮤지션, 교수, 과학자, 건축가, 그리고 범죄심리과학자를 놓고는 아기가 무엇을
집을지 온가족이 둘러싸고 호기심을 갖고 지켜 보았다.
아기는 주저않고 과학자를 집어들었다.
그것을 집는 순간 아기가 놀랄 정도로 가족 모두가 환호를 하는 바람에 놀라서
아기는 집다 말고 손을 들어 다시 놓고 무엇을 집을지를 기다렸으나 역시 두번째도
과학자를 집어들어 우리 모두는 박수를 쳐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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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딸의 생일케익은 한살임에도 촛불은 13개나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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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애의 첫돌상으로 지금 보니 엄마가 혼자 이 많은 것을 다 만드시느라
고생을 하셨겠구나 이제서야 깨닫게 되었으니... 난 참으로 한심한 딸이였다.
내딸은 첫돌잔치때 나의 친정어머니께서 손수 상고임을 만들어
환갑상 처럼 차려 큰상을 받은 돌쟁이가 됐다.
딸의 첫돌상은 호두, 대추, 약과, 캔디, 쿠키, 생과일, 생일케익, 떡등
상이 크고 높아서 아기가 보이질 않아 높은 아기의자(high chair)에
앉혀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난다.
그 사진이 있어 딸애는 자신의 첫돌상을 확실히 기억하게 됐고,
그 사진을 보고 자신의 첫돌상과는 좀 다른 21세기 버전으로
캔디로 두개의 고임과, 꽃, 보석(장식용악세서리),
그리고 이모지(emoji: 😀😂😉😍😎:SNS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는 사람얼굴표정들)로 상고임을 만들었다.
딸애가 바쁘다 보니 자연스레 이 상고임은 내몫이 되어 버렸다.
나보고 만들어 달라고 하는데 실은 내가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이였으나 딸한테 못한다고 할 수가 없어서
해주겠다고 큰소리 쳐놓고는 은근히 고민이 시작됐다.
지난날 손녀딸을 위해 우리 엄마가 만드실 때
나는 그냥 옆에서 눈동냥한게 전부로 한번도
내가 직접 해본 일이 없어서 엄두가 안나는 일이였으나
본대로 나도 흉내를 내보면 지가 안되고 배겨! 하는
절박한 심정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딸애는 전공이 디자인으로 아이디어가 많아
이런저런 간단하고도 쉽게 상고임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여러가지로 제안을 해주어 용기백배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우선 상고임이 5개로 줄였으니 부담이 덜어졌다.
상고임 하나하나 딸한테 승낙을 받고서야 실제로 만들기 시작했다.
어미가 자신의 딸의 첫돌상을 만들어 주는 것이니까 그 어미의 의견이
절대적일 수 밖에 없는 일이니 딸의 결정에 따랐다.
정작 상고임을 만든 할머니인 나는 내딸의 첫돌상과 비교해 보면서
상고임의 재료가 넘 달라진 것에 격세지감이 아닐 수가 없었다.
21세기 버전으로 만들겠다는 딸의 아이디어에 나는 재료를 구입하는데
고민이 되었다. 어떤 것이 21세기 버전에 맞는 재료일까?
고민 중에 이모지를 아이들 장난감 섹션에서 보는 순간
이거면 걸맞겠다는 생각에 퍼뜩 들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딸애한테 보내어 이것으로 상고임을 하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즉시 딸로 부터 좋다는 허락을 받고서야 서둘러 구입했다.
처음 상고임을 만들기 시작 할 때는 아기를 보던 중
돌아 앉다가 허리를 삐끗한 탓에 고질적으로 아프던 허리병이
재발해서 카이로프랙터(물리치료사)한테 물리치료를 받아가며
만들자니 긴시간 앉아 있어야 해서 허리가 아프고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소요 되어 나중에는 온 몸이 비틀리며
진저리 쳐지기까지...ㅠㅠ
이처럼 상고임이란 인내심을 요하는 일이란 것도
처음 알게 됐다.
딸애는 허리아픈 내가 걱정스러워 엄마 허리는 안아프냐고
묻는 말에 괜찮다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해가며 속으로는
“어이쿠, 내가 미쳤지, 어쩌자고 이렇게 힘든 걸 만들어
주겠다고 선선히 승낙을 했을까, 맹추가 따로 없네!”
스스로 발등을 찍은 셈이 되어 버렸으나 이미 저지른 일이니
여하튼 끝을 봐야 했다.
그리고 눈에 넣어도 안아플 손녀딸을 위해 할머니가
만들어 주는 첫생일상인데 꼭 완성해야지...
아픈 허리를 참고 입을 앙다물 수 밖에.
내 생전에 이렇게 입까지 앙다물며 한 일이란 처음인것 같았다.
학창시절에 이렇게 공부를 열심히 했다면 박사학위 정도는
넘보지 않았을까 싶었다는.ㅋ
어른 노릇이란 쉬운게 한가지도 없다는 생각을 하며
그옛날 우리집에서 할아버지 환갑상을 차리는데
집안 어른들인 몇몇 할머니들께서 우리집에서 며칠씩
주무시며 상고임을 만드시는 것을 떠올리게 됐다.
그당시 나이드신 할머니들께서도 지금 나처럼 힘드셨겠구나
하는 생각에 갑자기 난 내가 이런 일을 스스로 않해도 되는
세상에 살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그옛날 우리집에서 상고임을 만드시던 집안어른들은
결혼해서 평생을 이런 크고작은 집안일에 온몸을 적셔가며
해내야만 했던 분들이였으니 그분들의 일생이란 어떤 것이였을까?
비단 우리집안의 어른들 뿐이 아니라 한국의 여인들로 태어나
힘든 인고의 세월을 보냈겠구나 싶었다.
대수롭지 않은 일로 인해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리라고는
미처 몰랐었는데...
우리가 아무리 머리로는 안다고 해도 스스로 경험을 해보지 않고는
그깊이를 이해 할 수는 없듯 요즘 미국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미투(Me Too) 운동을 시작한 용기있는 여성들한테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내딸도 이렇게 거칠고 녹녹치않은 사회에서,
아직도 현실에서 약자인 여성으로 직장생활을
성공적으로 하고 있는 모습과 더불어 첫돌을 맞은
첫손녀의 미래를 위해 나는 엄마로서, 할머니로서,
그리고 같은 여성으로서 건투를 비는 마음 간절하다.
첫댓글 손녀 Ethel의 첫돐을 축하합니다
수고 많이 하셨지만
참 아주 멋진 돐상을 마련하셨네요
할머니들은 손주들 앞에서는 바보 맹추가 되지요
손주일이라면
아무리 힘든 부탁을 해도 거절을 못하지요
타이거님도 손녀바보가 되셨어요
그리고 어머님께서 따님에 대한 할머니 사랑이
참 크셨네요
손녀에게 정말 성대한 돐상을 정성스럽게 마련하셨어요
이모지로 고임을 만드신
아이디어가 너무 좋습니다
할머니들은
손주들특히 처음태여난 손주에게는
각별하지요
세상이 변하구 바빠두
아기 첫돌잽이는 해주어야지요
사진도 박아주구요
고생하셨지만
내어머니께. 받은 사랑 후손에게
내리 물리는것 이라. 판단됩니다
아기 첫돌 축하드립니다
친정어머님께서 따님 첫돐때
손수 상고임을 하셔서
상차림 하신것을
보고 또 보면서
감탄합니다
내가 본것중 제일 성대한
돐상입니다
친정어머님께서 솜씨도 좋으시고
가정적이시고
존경스러운 분이시네요
우리 엄마는 그런분을
"그분 참 얌전한 분이시다"
라고 하셨지요
다이앤님 친정어머니께서 손수 만드신
상고임을 보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고,
친정어머님의 외손녀딸에 대한 사랑이 보이네요.
예전엔 상고임 직접 만들었지만
요즘은 모형으로 많이들 하던데
타이거님은 직접 만드셨군요.
이모지로 상고지를 만들 생각을 하셨다니
디지털 세대 십니다.
미국서 태어난 한인 2세들이
본인 아이 첫생일을 한국식으로
돌쟁이 한복도 입히고, 돐상앞에 사진도 찍고,
돌잽이도 해 좋더군요.
Ethel 이 돌잽이로 과학자를 잡았다니
기대가 되는군요.
늦었지만 Ethel 의 첫돐을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