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역 4번 출구
유태용
전철 2호선 종점인 문양역 앞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다. 예전에 몇 번 먹어 본 정식 닭찜인데 내 입맛에 맞아 여기 올 때마다 먹는 편이다. 점심을 먹은 후 문양역 로컬 푸드마켓에서 쇼핑을 하려다 마음을 접는다. 문양에 올 때마다 들르는 편이었지만 오늘은 영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딱히 사고 싶은 것도 없고 견물생심이라 매장을 둘러보다가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샀던 게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전철을 탔다. 3월에 이사하려면 방 구하는 게 급선무라 바람도 쐴 겸 해서 다음 역인 다사역에서 내렸다. 자주 이용하지 않은 역이라 그런지 역 안 풍경이 왠지 낯설게 느껴졌다. 역사 벽에 붙어 있는 부근 지리 도를 본 후 현재 내가 있는 위치를 파악한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나왔다. 출구를 나와 주위를 돌아보니 온통 고층 아파트뿐이다. 어릴 적 내 기억 속의 다사는 낙동강 서쪽에 있는 농사가 주업인 작은 농촌 마을이었는데 상전벽해란 이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너무 많이 변해 있었다. 동서남북 방향을 확인한 후 대구 쪽 방향인 동쪽으로 천천히 걸어가면서 중개사 사무실 간판을 살폈다.
다사역 4번 출구에서 멀지 않은 도롯가에 중개사 사무실 두 곳이 나란히 이웃해 있었다. 사무실 창문에 빼곡히 붙어 있는 전단 중 내가 구하고자 하는 월세 전단은 잘 보이지 않고 대부분이 매매를 알리는 전단들이다. 혹시 잘못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해 다시 찬찬히 살펴보니 한 사무실 창문에 월세 전단이 붙어 있었다. 반가웠다. 가까이 가서 내용을 확인하고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월세와 너무 차이가 있었다.
다사에서는 방을 구하기가 어려운가 생각하면서 도로 모퉁이를 도는데 중개사 사무실 하나가 있었다. 창문에 붙은 전단을 먼저 훑어본다. 마침 내게 맞는 크기와 가격대의 내용이 있어 사무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소장이 찾아온 목적을 묻기에 월세방을 구한다고 하자 자리를 권한다. 조금 전에 봐둔 내용을 이야기하자 소장이 말하기를 “그 방은 원룸 형태로 크기가 자기 사무실 정도로 작다.”라고 말했다.
돌아서는 발길이 무거웠다. 다사에서는 행운의 여신이 나를 반기지 않는 것일까? 오늘의 방 구하기는 연습으로 삼자고 생각하면서 내일도 방 구하는 일에 매진하자고 마음을 도닥거리면서 다사역 4번 출구를 향해 힘차게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