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보험사의 공공의료데이터 활용 여부가 논란이 되는 가운데 헬스케어 산업에 의료데이터가 잘 활용되고 있다는 해외 사례의 좋은 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5일 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이 5개 민간보험사의 공공의료데이터 활용 신청에 불허를 내림에 따라 공공의료데이터의 공개 여부에 주목이 되고 있다.
불허 이유는 과학적 연구기준 미준수 및 자료제공 최소화 원칙에서 빗겨나갔다는 것.
현재 우리나라는 정보주체 동의 없이 통계 작성,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 목적으로 활용 가능한 가명 정보를 도입한 상태로, 더이상 개인을 알아볼 수 없게 조치한 정보인 익명정보와 달리 가명정보는 추가정보의 사용 없이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게 조치한 정보다.
이처럼 가명정보의 이용과 활용을 장려하는 데이터 3법 개정에도 불구, 공공의료데이터 활용에 진척이 없다는 목소리도 일각에서 주장되고 있다.
그렇다면 해외에서는 어떻게 의료데이터를 활용하고 있을까.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의 아이콘 핀란드에서는 2013년 민간기업의 의료정보 수집과 활용을 허용하는 ‘바이오뱅크법’을 제정, 의료정보 관련 규제를 철폐했다.
이 법률은 데이터 수집 시 ‘포괄 동의’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연구기관이 프로젝트 시행 시 데이터 기증자의 동의가 필요 없어졌으며, 이에 따른 위험은 국가가 통합 관리하게 된다.
더 나아가 19년 5월, 핀란드는 「의료 및 사회보장 데이터 2차 활용에 관한 법률」을 승인하면서 수집한 의료데이터를 바탕으로 통계, 과학적 연구 등 다양한 목적으로 2차 활용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시민의 건강과 복지 증진, 질병 예방 및 신 치료 방법 개발과 관련된 연구 및 혁신에 등록된 데이터를 사용하기 위한 명확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이 법은 보건의료 분야에서 수집된 개인 데이터 등을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하며, 보건의료데이터를 핀란드 사회보험관리공단 및 인구등록 센터 등이 보유한 개인 데이터와 결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의료데이터의 2차 활용을 위해 의료데이터 등을 수집, 결합, 사전처리 및 공개를 담당하는 데이터 허가기관인 ‘핀데이터(Findata)’가 있다.
이 기관은 보건복지부 산하 핀란드 보건복지 연구소 독립 부서로, 법에서 정한 목적에 한해 관계기관으로부터 의료데이터 등을 수집하거나 그 데이터를 익명 또는 가명 처리된 데이터와 결합해 제공하는 데이터 요청관리 시스템을 운영한다.
핀데이터의 서비스 제공 절차는 신청-> 신청서 평가-> 데이터 수집-> 가명화(핀데이터 담당자는 모든 직접 식별정보(개인식별코드, 이름, 주소 등)를 데이터 셋에서 삭제)-> 데이터 제공-> 과정 종료(모든 데이터는 핀데이터의 IT 플랫폼에서 삭제됨) 순으로 이어진다.
핀란드 정부의 법률 개정 하에 주도하는 대표적 사례, ‘핀젠 프로젝트(Finn-Gen project)’가 있다.
이 프로젝트는 핀란드가 게놈 데이터와 건강정보 결합을 통해 공공분야와 헬스케어 산업의 협력을 도모하고, 핀란드 국민에게 맞춤형 치료제를 제공해 건강 증진을 하기 위함이다.
핀란드 무역대표부에 따르면 핀란드 국민은 신뢰 가능한 헬스케어 해결책을 받아 질병을 예측 및 예방할 수 있고, 제약회사는 국민의 의료데이터를 받아 유전자 정보를 만들어 신약을 모색할 수 있게 되었다.
즉, 정부 차원에서 주도해 비식별 된 의료데이터 정보 제공을 바탕으로 데이터 연계를 통해 헬스케어를 발전시키고, 동시에 국민의 건강 증진을 도모한 것이다.
앞서 건보공단은 국민이익 침해 가능성과 연구계획의 불충분성을 이유로 민간보험사에 공공의료데이터 공개를 거절했다.
그러나 보험사들이 건보공단에 요청한 정보는 ‘표준코호트DB’로 전 국민 가운데 2%가량 표준 샘플을 추려 14년 동안의 장애 및 사망 여부, 의료이용현황과 요양기관 현황 등의 내용이 담긴 정보로, 개인식별이 불가능한 가명정보다.
또, 법 제28조 5호에 따라 개인식별목적으로 가명정보 처리시 징벌적 과징금 전체 매출의 3%를 지불해야 하는 규정이 마련되어 있다.
해외 사례에서 보듯 데이터 활용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한 절차 마련 등 현 보건의료데이터 활용 방안 법률을 보완하고, 국민 신뢰를 기반으로 공공의료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면 보험상품을 넘어 한국판 헬스케어를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