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가을학기, 내가 대학교 1학년때...
전혜린교수가 강의하는 독일어를 선택해 들었었다.
나는 전혜린 교수가 어떤 분인지 전혀 몰랐었는데
처음 강의날 뾰죽 구두를 신은, 체구가 작은 아줌마가,
날씨가 더웠던것 같은데 (9월초?) 머리에 마후라를 쓰고,
빨간 매니큐어를 발랐던.. 그런 생소한 차림으로
강의실에 들어와 깜짝 놀랐었다.
차림새가 교수님 같지 않아, 처음에 아주 이상해 보였던 이분이
전혜린 교수였던 것이다
교수님은 매시간 우리들 한테 얼마나 많은 얘기를 해주시는지...
우리는 (특별히 나는), 전혜린교수님 매력에(얘기에) 푹 빠져 있었다.
자기는 대낮에 커텐을 깜깜하게 치고, 빨간 불을 켜고,
음악 감상 하는걸 좋아 한다던지...
하여간 그분의 모든 얘기가 신비로웠고, 새로웠고...
어쩜 사람이 저렇게 천재적일까 하고 감탄을 했었다.
근데 11월 어느날, 케네디가 암살되던날 강의시간에.
우린 모두 너무 충격을 받고, 마음이 아팠었는데...
전혜린교수님이 우리들보고 물었었다.
"너희들 재키가 재혼할 것 같으냐?"
우린 이구동성으로
"아뇨. 재키는 절대 재혼 안 할 겁니다." 라고 대답을 했다.
근데 전혜린 교수는
"재키는 틀림없이 재혼을 할거다"라고 하셨다.
우린 모두 이구 동성으로
"아무려면 재키가 재혼을 할려구요" 하면서 외쳤었다.
근데 전혜린 교수가
"너희들 순진해서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재키는 재혼을 꼭 할꺼다.
그 여자는 재혼을 안하기에는 너무 정열이 뜨거운 여자다"라고...
그렇게 시간마다 재미난 이야기를 들으며 학기가 지나고
시험을 봤는데...
교수는 자기가 가르친 중에서 시험문제를 내야 하는것으로 알고 있는데
시험문제를 자기가 얘기한 인생철학이라던가 그런데서 내야지
독일어 실력 시험을 봤으니...
나는 그만 얘기에만 푹 빠져 있었지 독일어 공부는 안해서...
"C"학점을 맞았다.
(내가 자기 열열한 팬이였는데, "C"를 주다니 흑흑...
그래서 대학교 전체 평점이 좀 내려갔다)
그후 전혜린교수님이 세상떠나 셨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슬펐었다.
나는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라는 책을 사서
몇번이나 읽었었고...
언제 생각해도 전혜린교수님 이야기에 빠져있던 그 강의시간이 그립다.
그리고 전혜린교수님 같은 천재가 너무 세상을 떠난게,
너무 아깝다.
근데 전혜린씨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달랐다.
내가 언제나 멘토로 생각하던 친구 언니한테
(이 친구언니는 이화여고 3년 반장, 서울대를 다녔었는데)
"언니! 전혜린씨라고 아세요?" 했더니
"으응! 그여자! 미친 소리만 찍찍 하더니 죽었더라!" 해서 얼마나 놀랬는지
그리고 후에 남편과 한 직장에 다니시던 선배분이 전혜린씨 남편과 동창이시라서
잘 아신다며, 전혜린씨 남편이셨다는분은
그후 정말 참한 현모양처와 재혼하셔 너무 행복하게 사신다는 얘기를 들으니
"죽은 사람만 불쌍하다" 하시던 어른들 말씀이 생각났었다
첫댓글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가 유명한 책이라,읽어보진 않았지만,제목은 많이 들어봤는데요
전혜린 교수님은 "천재와 또라이" 두가지 평판을 받는 분 같습니다.
이글을 읽고 검색해보니
31살 정도 되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셨네요.안타깝습니다
그런데 재클린케네디 여사는 무슨 복이?매력이 있길래~
영부인이였다가
그리스선박왕 부인이 되었는지~
최고의 권력자와 최고의 부자~두 사람을 남편으로 뒀을까 싶네요^^
제가 국민학교 4학년때 원효로에 살았어요.
그때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당해서 참 슬펐던 기억이 압니다.
왜 제가 케네디 대통령을그렇게 좋아 했는지는 기억이 안납니다.
그당시 저는 전혜린교수는 몰랐어요.몇년후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라는
책을 저도 읽게 되었지요.이책을 아마도 아버지께서 사셔서
저도 그냥 집에 있던 책을 읽게 된것같아요.
참 그분의 글에 반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떤분의 글을 읽는데,그분의 그당시 사회 통렴상
도덕관에 비해서 판단하는 것은 아닌것 같아요.
저는 헤르만헷세를 좋아 하는데...그분의 도덕관념이
일반적이지 않더라도 글만 반해서 읽으면 되는것 아닌가요?
저도 청이님 시대에 있었으면 그분 강의를 몹시 반해서 들었을것 같아요.
그분이 독특하시니 그런 글도 쓰셨나봐요.
재키가 저도 결혼 할줄 알았어요.
그런데 결혼상대자가 의외의 인물이라 놀랐지요.
제가 너무 늦게 이곳을 찾아 댓글을 달았어요.
청이님 글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늘 즐거운 날들 되십시오.
아, 청이님은 전혜린씨의 강의를 들으셨다니 행운아(?) 시네요.ㅋ
그분에 대한 세간의 평은 극과 극을 말하는 것만 봐도
시대를 훨씬 앞서 간 분이셨다는 생각이네요.
영국에서 설았던 저의 친구 말이 런던의 안개낀 아침의 모습을 보면
완전히 전혜린씨의 분위기라고요. 그렇게 항상 자신을 꼭꼭 감싸며
그리 호락치 않은 시대를 사시느라 얼마나 갈등이 많았으면 스스로
생을 마감 했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