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친구 천일천인(千日天人)클럽
천일기도 500일 회향을 맞으며
2013년 6월11일
500이라는 숫자를 1000과 비교해 본다. 보통 딱 중간이라고 말하겠지만 어떤 이는 천에 비에 작은 수, 또는 어떤 이는 큰 수라고 말하기도 한다. 내게 있어서도 딱 중간이 되지 않고 크게 느껴지는 것은 그 숫자 속에 이미 시간의 의미를 포함하고 수많은 기억들을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라면 천이라는 숫자도 그리 큰 수, 멀리 있는 수가 아닌 듯하다.
이곳 사랑어린배움터로 이사 온 첫해, 2012년 1월 29일 천일기도를 시작하자고 모였다. 그렇게 기도하며 천인을 만나는 것. 걷고, 기도하고, 사랑하는 것. 어디서든, 무엇을 하든, 시작할 때 끝맺을 때, 그리고 잠 들고 일어날 때 등 생활의 공간에서 각자의 방법대로 기도하며 지내다 백 일째 되는 날 즈음에 天人이 함께 만나 시와 노래로 혹은 온 몸으로 하늘에 감사하고 스승을 모시고 벗들과 즐겨보자고 했다. 그렇게 만나온지 벌써 다섯 번째다.
天人을 만나는 것은 하늘사람과의 만남이기도 하거니와 구체적인 千名이라는 수의 의미도 있다. 10여년 전 우리 학교는 깊은 성찰과 준비 없이, 하늘의 뜻을 묻지 않고 태동되었기에, 지난 과정에서 철학의 부재 속에 자본의 논리에 허우적대었던 사실을 깊이 반성을 하며 다시는 지난 날의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고자 이제 부터라도 사랑어린배움터를 둘러싸고 하늘의 뜻을 헤아릴 수 있는 天人 千名이 나타나길 나는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100일전, 하늘친구 기도문을 매일 올리는 역할을 받았다. 이는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단지 도구였을 뿐이다. 하늘기도문이 나를 빌어 사랑어린배움터에 보내어진 것뿐이다.
춤추는 건 코브라 머리도
코브라도 아니다.
춤이 코브라 모양으로 저를 추는 것이다. [이오 비망록, 제498일 기도문]
지난 100일간 수많은 기도문들이 내게 오고 나갔다. 그 중에 단연 으뜸은 굿이나 보고 떡이나 얻어 먹는 경험을 하게 하신 것이다. ‘사랑어린사람들’이라는 새로운 법인의 이름을 하늘은 우리에게 허락하셨다. 그것이 이뤄지는 동안 나는 그저 굿이나 보고 떡이나 얻어 먹었다. 어디 그뿐이랴. 배움터에 관옥나무도서관이 수많은 인연의 합력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고 사람을 모여들게 하는 도서관 본연의 역할을 도서관 스스로 하고 있다. 이 모든 일이 저절로 되어졌고 그 중심에 하늘의 뜻을 살아보려는 마음이 있었고 하늘친구가 있었다. 감사할 따름이다.
그렇다, “저절로”다.
저절로―
이 한 마디 말 속에,
세상 온갖 자물쇠를 푸는 황금열쇠가 들어있다. [이오 비망록, 제495일 기도문]
또 하나 기도문으로 하늘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 애써 뭔가 이루려하지 말라는 말씀을 주셨다. 얼마 전 우리는 가장 가까운 하늘친구를 하늘로 보냈고 그 친구는 바람타고 그 본향으로 되돌아갔다. 도무지 감당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것으로 인해 내게 보여주는 것을 잘 살펴볼 뿐이다. 삶과 죽음을 진지하게 노래할 수 있는 힘이 우리에게 생겨나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500일 회향을 맞이한다. 첫 마음인, 우리는 본디 하늘사람임을 알아가는 것. 그러면 천인이 쉽게 이뤄질거라 믿는다. 이 모든 과정이 무위로 이뤄지기,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하늘사람임을 먼저 알게 된 친구가 먼저 기도하는 것. 지난 100일간 많은 친구들이 찾아왔다. 그 어떤 일도 이유 없이 일어나지 않듯 누군가의 만남은 분명 내가 초대한 것이고 나의 손님인 것이다. 그 순간을 잘 맞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지금 나의 커다란 숙제인 듯하다.
네가 초대하지 않은 손은 너에게 오지 않는다.
기껏 초대한 손을
문간에 세워둔 채,
딴전 피우고숨고터무니없는 핑계로 돌려보내려 하고…
언제까지 그럴 참이냐?
취사선택하지 말자!
모든 것을 오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해불양수(海不讓水)라, 온갖 물을 마다지 않는 저 바다처럼!
[이오 비망록, 제497일 기도문]
이글을 쓰는 순간에도 취사선택하려하고 있는 나를 보지만 그런 나를 볼 수 있는 건만으로도 큰 복이다.
․ 저마다 자신의 길을 찾아서 가도록 서로 도우며 살아갑니다.
․ 돈을 우선하는 자본주의적 삶의 방식에 동의하지 않으며, ‘태어날 때 이미 모든 것을 받았으니 우리가
이제 할 일은 도로 내어 드리는 것밖에 없다’는 드림정신으로 살아갑니다.
․ 우리는 본디 사랑어린 사람임을 알아 참사랑을 실험하며 살아갑니다.
하늘친구 천일클럽 별것 아니다. 위 세 가지 뜻에 동의하고 그렇게 살아 보고자한다면 그것으로 하늘친구 천일클럽에 가입되는 것이다. 그렇게 각자의 길을 가다 또다시 600일 회향에 만나, 스승을 모시고 벗들과 만나 몸으로 이야기하면 된다.
오늘은 시인이신 스승님을 모시고 함께 몸으로 노래하며 이야기한다.
500일 회향을 맞이하며
반디불이 손모음.
첫댓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불무장등은 압권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