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가을바람이 살며시 볼을 스치며 당신의 손길을 느낍니다. 나무가 계절의 부름에 따라 잎을 내려놓고, 그 아래 작은 생명들이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듯 제 삶에도 변화의 순간들이 찾아오고 있음을 느낍니다.
주님, 익숙했던 걸 내려놓으려 할 때마다 저항감이 밀려왔고, 때론 그것이 아픔이 되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길을 선택할 때마다 불안했고, 과거에 집착하며 발목이 잡힌 적도 많았습니다.
내 감정을 누르거나 지우고 내가 더 잘해야 한다고 덮어두었던 묵은 상처를 마주하는 게 버거워 그만두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저 우는 게 다인 기도를 통해 괜찮다. 괜찮다 하는 자비의 손길이 저를 조금씩 더 나아지게 했다는 걸, 시간이 지난 후에야 알 수 있었습니다.
주님. 살면서 마주하는 고통은 때론 버겁고 삶의 의미마저 잃게 됩니다. 슬픔과 사연을 억누르고 버티기보다 우리 마음을 인정해주고 보듬어줄 수 있는 편안한 쉼과 넉넉한 여유를 허락해 주세요.
이 계절의 평안함처럼 함께하는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어 주는 따뜻한 마음을 우리에게 허락해 주시고, 각자의 자리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이들에게 주님의 평안과 위로가 함께하길 간절히 기도 드립니다.
우리 공동체가 사랑과 평화의 통로가 되어 모두에게 따뜻한 안식처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우리와 함께하시는 주님께 감사드리며, 온 마음을 모아 이 기도를 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