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연휴 동안 많은 책을 읽었다. 그 중 가장 길고 가장 기억에 남을 책을 소개하고 싶다.
제목처럼 세 여자의 이야기다. 주세죽, 고명자, 허정숙.
소설은 일제 식민지 시대 그리고 해방 공간과 한국 전쟁으로 이어지는 시간을 배경으로 하여 세 여자의 종적을 밟아나가는 형식이다.
1901년 함흥에서 태어나 상해, 블라디보스톡, 모스크바, 크질오르다 등을 거쳐 1953년 모스크바에서 사망한 주세죽,
1902년 경성에서 태어나 고베. 상해, 모스크바, 뉴욕, 타이페이, 남경, 무한, 연안 등을 거쳐 1991년 평양에서 사망한 허정숙,
1904년 경성에서 태어나 모스크바를 다녀왔고 1950년 사망한 고정숙.
짧은 약력만으로도 세 여자의 파란만장한 일생이 느껴질 것 같다.
소설은 세 여자의 삶을 따라가는 동시에 식민지였던, 그리고 해방공간이었던 조선과 그 시기를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을 냉정하게
스케치하고 있다.
삼단논법인데 그러니까 이런 거지. 우선 민족이 망했는데 여자가 가정에서 해방되면 무슨 소용인가. 또한 여자가 해방됐다 해도
한 줌 유산계급 여자만 자유로우면 무슨 소용인가. 결국 민족도 구제하고 여자도 구제하고 무산계급도 구제하는 방법은 공산주의뿐이라는 거. - 1권 93쪽.
하지만 혁명이란 처음부터 마무리까지 정의롭고 낭만적인 것은 아니었다. 혁명은 함께하고 목숨을 던질 수도 있지만 권력은 나눠갖지 못한다는게 혁명세대 정치인의 아이러니였다. - 1권 205쪽
정치지도자의 오류는 역사가 교정합니다. 당대란 오류투성이지요. 2권 141쪽.
용서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오. 우리가 살아온 시대는 개인의 이성과 판단을 넘어서 있소. 용서한다면 시대를 용서해야겠지. -2권 158쪽
박헌영과 김단야의 부인이란 타이틀로만 가두기엔 아까운 주세죽, 여러번의 결혼으로 손가락질 받으면서도 끝까지 사랑을 찾던 이성적 코뮤니스트 허정숙, 부유한 부잣집 외동딸 자리를 박차고 혁명가로, 그리고 혁명가의 아내로 살았던 고명자.
소설을 읽는 내내 이 세 여자의 삶이 애틋하고 아팠다.
알려지지 않았던 실존인물을 배경으로 했으면서 굳이 소설로 써야했을까 아쉬움이 들었는데...
아마도 사회주의 체제와 광범위한 공간을 넘나들며 살았던 세 여자에 대한 자료를 구하기 힘들었기에 어쩔 수 없이 소설형식으로
글이 나왔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혁명이 직업이고 역사가 직장이었던 사람들...
책을 소개하는 카피가 참 아프게 와 닿았다.
첫댓글 원래 5일인데 연휴는 푹 쉬어야 하니까....
드디어 다 읽었구나...
나느 매그레 탐정 따라 다니느라 못 읽었다우.
얼른 읽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