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자에게 위로가 되시고 기뻐하는 자에게 진정한 친구가 되시는 하나님 !!
한 주간동안 각자의 생활 터전에서 애써 일하고, 주일을 맞아 흩어진 마음을 모아 당신 앞에 나오게 하심을 감사드립니다. 이 시간 성령의 강림하심으로 우리 가운데 아버지의 사랑으로 빚어진 친밀한 교제가 흐르게 하시옵소서. 마주보는 눈길과 손길 속에 우리의 웃음과 눈물이 더욱 더 샘솟게 하옵소서.
이 시간 우리는 먼저 간 사랑하는 이들을 기억하고자 합니다. 당신의 자비로운 품속에 있을 사랑하는 영혼들을 저희에게 보내사 성령의 감동하심으로 온전히 기억하고 소통하게 하옵소서. 그들의 헌신과 열정으로 우리의 삶의 토대가 단단해지고, 겸손하고 담대하게 삶을 마주할 수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맑은 파란 하늘을 보면 장난기 가득했던 조카에게 잘 지내느냐고 안부를 묻습니다. 검은 구름 틈으로 쏟아지던 달무리가 비추는 숲길을 산책할 때면 끝내지 못한 밭일로 어두운 밭고랑이 사이로 조그맣게 보이던 엄마 등이 생각납니다. 이른 아침에 만나는 어른들의 뒷모습에서 노년의 엄마 모습이 겹쳐 보이고, 아카시아 향기로 달큰한 바람이 불어 올 때면 김경기 집사님의 잔잔했던 미소가 떠오릅니다. 저물녘 과수원 모퉁이 사과 향으로 허기가 찾아오는 시간이면 본드 묻은 그물에 걸려 움직이지 못하고 죽어간 작은 새가 떠오릅니다. 이제 우리는 주께서 주신 지혜로 먼저 간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사는 길을 배웠습니다. 함께했던 시간을 더 자주 불러내고 남겨진 가족들을 위로하며 같이 울고, 웃으며, 못다 한 그들의 삶을 우리가 성실하게 살아 낼 수 있음을 알았습니다.
세월호의 꽃 같은 아이들이 간 지 십여 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원인 규명조차 안 되고 있습니다. 정확한 원인이 밝혀져야 유족들의 상처가 치유될 것을 잘 알고 있는데도, 아직도 원인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여 우리에게 지혜를 주셔서 침몰의 원인을 밝혀내 다시는 이런 어이없는 인재로 소중한 목숨을 잃는 일이 없도록 각성케 하옵소서. 세월호 희생뿐이겠습니까? 할로윈 이태원 희생자들과 유족들, 산업현장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의 유가족들과 같이 울 수 있도록 우리의 맘속에 꺼지지 않는 촛불로 타오르십시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들이 사람뿐이겠습니까? 생명을 갖고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야 할 산과 바다의 생명들이 눈앞의 이익에 노예가 된 사람들로 인해 어이없게 베어지고 사라지고 있습니다. 우리 곁에 있는 산황산 숲과, 재개발 몸살을 앓고 있는 호남지역의 만경강 생태계가 보전되기를 !! 나아가, 우리와 함께하는 지구의 푸른 숲과 바다가 지켜져 더는 멸종되는 생명이 없도록 작은 것 하나라도 실천할 수 있는 의지와 지혜를 주십시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희생된 민간인들과 군인들의 죽음을 기억합니다. 이 지역에도 종전의 평화가 찾아오길, 아이들과 노인, 여자들, 힘없는 약자들이 희생이 없기를 기도합니다.
이 모든 것들을 우리의 친구되시며 선생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렸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