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스승님을 찾지 못했었다. 불러도 대답이 없는 듯한 느낌에 묻고 싶지도 않았었다.
내가 가장 괴로울 때 스승님이 나타난실꺼라 생각했는데 그때에 맞춰 사라져버리셨다.
신과나눈 이야기나 그런데서는 신은 언제나 너의 곁에 있고, 외치고 있음에도 듣는자가 마음이 없어서 듣지 않는(못하는)거라고 했다.
라이프오브파이는 경이로울정도로 아름다운 장면들이 가득찬 영화이다. 정갈한 느낌과, 오락가락한 느낌, 편안한 느낌과 가장 공포스러운(싸구려 공포말고)장면을 모두 담아낸 진솔한 영화. 아주 좋았던, 겸연쩍은 것 하나 없는. 생명을 가득 품은 바다와 같은 영화.
호랑이, 바다, 생존 표류기 뭐 이런게 메인인 것 같긴 하다만(그리고 굉장히 좋았음!) 종교또한 눈에 많이 들어왔다.
영화 속 장면 중에 두번째 폭풍우를 만났을 떄 그는 처음 폭풍우를 만났을 때와 비슷한 듯 다른느낌으로 신에게 외친다.
처음또한 신의 폭풍우라며 몸으로 맞이했고, 두번째 또한 그랬다만 말이다.
나에게서 이미 모든 것을 다 가저가셨는데 도대체 뭐가 더 필요하시냐고 외쳤다.
아무도 듣지 못하는, 듣는다면야 신만이 들을 수 있는 그런 폭풍의 한가운데서.
영화 중간중간 기도를 하거나, 교회에 가거나, 사원에 가거나, 등등 많은 종교 얘기들이 있었다만 저 장면이 가장 좋았던 것 같다.
나는 아직 종교를 받아들일 수 없다. 예수라는 사람을 좋아하지만 하나님은, 정정하자면 기독교는 믿지 못하겠다.
삼무곡에서 살고있다만, 스승님의 존재에 대해선 아직 100% 온전한 신뢰를 갖지 못한다.
그 영화와 함께 헤매다가, 다시 새로운 곳에 도달한 느낌이다.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이 곳이 어떤 곳인지는 나는 아직 알지 못한다.
하지만, 여태껏 스승님이 나와 함께 하셨음을 알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리고 앞으로도. 언제나.
오랫동안 헤매이던 마음의 자리를 옮긴다.
그분의 품에서, 또 다시 그분의 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