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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벗삼는다’라는 의미의 한자어 <오우아(吾友我)>라는 책의 제목이 인상적이다. 조선시대의 문인 이덕무의 글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주지하듯이 이덕무는 서얼 출신으로, 정조에 의해 발탁되기 전까지 곤궁한 삶을 살아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책과 더불어 살았던 그를 일컬어 ‘책만 보는 바보’라는 뜻의 ‘간서치(看書癡)’라는 별명이 붙여졌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의 호를 ‘오우아(吾友我)’라고 했다는 것에서 그의 짙은 외로움이 느껴졌다. 물론 이 책의 저자는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더라도 내 품위와 내 자존감을 스스로 지키겠다는 마음이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해석이라고 하겠다.
책의 제목을 옛 글에서 가져온 것에서 짐작할 수 잇듯이, 이 책은 옛 문인들의 글을 읽으면서 인상적인 구절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저자의 감상과 생각들을 가볍게 풀어내는 에세이집이라고 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글의 내용도 그리 어렵지 않고, 그것을 풀어내는 저자의 문체도 그리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오면서 쉽게 읽히는 내용이라고 하겠다. 저자는 이 책에 ‘애쓰다 지친 나를 일으키는 고전 마음공부’라는 부제를 붙였다. 같은 고전문학을 전공하고 있기에, 이 책의 저자를 간혹 학회에서 마주쳤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적은 없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저자의 인상을 머릿속에 그려보기도 했다. 아마도 옛글을 빌어서 자신의 생각과 삶의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이 책은 전체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중에서 1부에는 ‘나는 나를 벗삼는다’라는 제목으로 모두 10개의 글이 배치되어 있다. ‘잃어버린 나를 찾는 길’이라는 부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대체로 그 내용은 자기성찰에 관한 고전 원문의 번역과 함께 그에 대한 저자의 생각들이 펼쳐져 있다. 한문학을 전공하기에 아마도 고전을 접하면서 인상적인 구절들을 틈틈이 기억했다가, 이 책을 기획하면서 글감으로 삼은 것이라고 짐작된다. 대체로 원문의 이해에 충실하면서, 그에 대한 저자의 생각들에 대해서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마음을 바꾸면 삶이 아름답다’는 제목의 2부에는 모두 12개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이 항목에도 ‘삶의 태도를 바꾸는 길’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는데, 내 삶의 조건에 맞지 않는 세상을 탓할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삶의 태도를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들이 제기되어 있다. 이어지는 3부에서는 ‘멈춤을 알면 오래 간다’라는 제목으로, 인간의 욕망을 어떻게 다스리는가에 대한 생각들이 펼쳐져 있다. 그래서 이 항목의 부제는 ‘욕망을 다스리는 길’이며, 가장 많은 14개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끝없는 욕망을 다스리는 것은 결국 ‘멈춤’에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문제는 과연 ‘멈춤’이라는 것이 쉽게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대부분의 사람들의 경우 ‘조금만 더!’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해 욕망에 의해 끌려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 하겠다.
그래서 저자는 4부의 제목을 ‘내 삶의 주인은 나다’라고 내세우고, 이러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의 글과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결론 삼아 제시하고 있다고 파악된다. ‘당당히 혼자서 가는 길’이라는 부제 하에, 이 항목에서도 모두 12개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물론 배타적인 태도 때문에 남들에 의해 외면당하는 것이 아니라면, 결국 자기 중심을 지키고 살아가는 것이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자세라 하겠다. 그동안 잡지 등에 기고했던 원고들을 갈무리하여 엮어낸 이 책의 내용들이, 저자의 뜻에 공감하는 독자들에게 적지 않은 위로를 안겨줄 것이라고 여겨진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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