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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빙하가 사라져가는 북극에 사는 북극곰 '눈보라'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그림책이다. 눈보라가 몰아치던 날 태어나서 '눈보라'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환경오염으로 인해 북극의 빙하가 점점 녹아가면서, 사냥이 힘들어 살기 힘들어진 북극곰 눈보라는 위험을 무릅쓰고 인간들의 마을로 내려오게 된다. 하지만 북극곰을 두려워하는 마을 사람들에게 내쫓기는 신세가 된다. 우연히 쓰레기통에서 보았던 판다의 사진을 떠올리고, 눈보라는 눈 주위와 몸에 흙을 바르고 다시 마을로 내려간다. 그러자 이번에는 마을 사람들은 북극곰인 눈보라를 판다로 착각해, 먹이를 주고 가까이 다가와 친근하게 대해준다.
그렇게 변신한 눈보라를 보고 마을 사람들은 판다라고 여겨, 두려워하며 내쫓던 이전과는 달리 환영하고 가까이 와서 쓰다듬기까지 하였다. 판다처럼 분장한 북극곰 눈보라에게 접근해서 먹이를 주고 쓰다듬기도 하는 사람들의 손길로 몸에 칠했던 진흙이 점점 지워지고, 끝내 다시 북극곰의 모습으로 변해갔던 것이다. 조금 전까지 판다라고 여기며 환영하던 마을 사람들은 다시 눈보라를 두려워하며, 화를 내며 쫓기 시작한다. 똑같은 곰이 겉모습을 달리했을 뿐인데, 사람들의 태도는 정반대로 달라지는 것이다. 그리고 술취한 사냥꾼의 어설픈 사격 솜씨로 다행히 죽음을 면하지만, 눈보라가 흩날리는 속에서 사라지는 장면으로 그림책은 끝난다.
간단한 내용의 그림책이지만, 이 책에서는 두 가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이해된다. 첫째는 지구온난화에 의한 급격한 환경 변화가 진행되면서, 눈보라가 사는 북극의 빙하가 녹는 것으로 그려낸 것이다. 둘째는 똑같은 대상이지만, 겉모습에 따라 달리 평가하는 인간들의 인식에 대한 것이다. 북극곰은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동물이지만, 판다은 행운을 가져다 주는 존재로 여겨 귀하게 대한다는 설정이라고 하겠다. 실상 곰이라는 대상을 통해 그려내고 있지만, 겉모습만을 보고 평가하는 우리들의 위선적인 태도를 비판하는 것이라 이해된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 인간이 가진 선입견에 의한 인식을 비판한 것이라 하겠다.
개발이란 명목으로 급격하게 자연이 훼손되면서, 먹이를 찾기 위해 깊은 산속에서 살던 야생 동물들이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자주 출몰한다는 뉴스를 접하곤 한다. 결국 자연과 공생하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음을 절감하게 된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은 그 대상이 누구든지 서로 공존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닐까? 대상에 따라 대하는 태도를 달리하는 것은 지극히 이기적인 관점은 아닌지 하는 질문을 하게 된다. 단순한 내용의 그림책이지만, 인간 중심적인 인식이 항상 옳지만은 않다는 관점이 잘 녹아있다고 여겨진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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