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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상호 공감이 되는 내용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서로 마주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행위들을 모두 진정한 대화라고 일컬을 수가 없을 것이다. 같은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만, 서로 자기 할 말만 하고 상대방의 의견에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는 모습을 우리는 흔히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아마도 정치인들의 화법이라고 할 수 있다. 혹은 누군가 자신의 생각만을 전달하거나 강요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상대방에게 그것은 대화가 아닌 곤혹스러운 자리로 생각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때는 우리 사회에서 말 잘하는 법에 대해 관심이 많았지만, 요즘에는 오히려 상대방과 공감하며 소통하는 법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대화의 품격>이란 제목의 이 책 역시 대화에 있어서 '전달'이 아닌 '공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라 이해된다. '말은 자신의 존재를 상대에게 각인시키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서 상대방에게 각인되는 자신의 모습이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말을 유창하게 하는 법’이 아닌 ‘말을 적게 함으로써 어떻게 효율적인 말이 될 수 있느냐 하는 점을 설명’한 저자의 기본 인식에 전적으로 공감할 수 있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대화의 요체에 대해서 간략하게 정리하고, 한 페이지 정도에 걸쳐서 그에 관한 내용과 이유 그리고 효용 등에 대해서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전체 6개 항목으로 이뤄진 목차에서, 첫 번째는 '말의 인상'이라는 제목으로 대화에 있어서 말의 중요성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을 설득시키기 위해서는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남의 입장이 되어보아라'라는 말을 되새기고, 대화를 할 때는 늘 상대방에게 '예의를 갖추어라'는 조언을 덧붙이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실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말을 많이 하는 것은 손해다'라는 조언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다음으로 '가슴을 흔드는 말'이라는 두 번째 항목에서는, 말의 내용보다는 상대방과의 관계를 통해서 대화를 이끌어내는 방법들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혹시 상대방과 대화를 하다가 실수를 했다면 바로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며, 의례적이고 형식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겉치레의 말을 반복하지 말라'는 태도를 상기시키기도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화 상대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태도라 하겠는데, 아마도 이것이 저자가 제시하고자 하는 '말의 진정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대화 이전에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전제된다면, 무슨 말을 듣더라도 그에 대한 믿음은 유지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라거나 ‘상대의 자존심을 세워줘라’는 내용은 상대방과의 인간적 신뢰를 지킬 수 있는 중요한 덕복이라고 할 수 있다.
이어지는 세 번째 항목의 '말의 색깔'에서는 대화를 할 때 화자의 표정이나 몸짓 등의 태도에 유의하라는 조언이라고 할 수 있으며, 네 번째 항목인 '참된 말, 아름다운 말'을 사용하는 것도 상대에게 공감을 이끌어내고 호감을 살 수 있는 요소가 된다고 하겠다. 바로 이러한 태도를 지향하며 상대를 대한다면 스스로 '말의 품격'이 갖춰질 수 있으며, 그런 이후에 마지막 항목으로 제시된 상대와 공감할 수 있는 진정한 '말의 태도'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대화의 요체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고, 그에 관해 한 페이지를 넘지 않는 내용으로 다시 풀어내서 서술하고 있다. 독자들이 저자가 안내하는 이러한 요건을 충분히 인지하고 지킬 수 있다면, 상대를 설득시키고 공감할 수 있는 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특히 부록에서는 '비대면 시대 대화법'이란 제목으로, SNS나 메일 혹은 문자 등을 통해서 상대에게 자신의 의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법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적어도 대화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군가에 의해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과정이 아닌, 말하는 상대와의 교감을 통해서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라는 의견에 동의할 수 있다. 대화는 늘 상대가 존재한다는 것을 생각할 필요가 있으며, 공감이 없는 대화는 공허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유념해야만 한다. 아마도 우리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악플’이라는 것도 결국 상대방을 생각하지 않는 일방적인 감정의 배출에 지나지 않는 현상이라고 하겠다. 그리하여 이 책이 ‘온택트(Ontact) 시대에 더욱 소중한’ <말의 품격>을 깊이 고민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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